환율 비상...은행.기업들 '그로기'상태
환율 비상...은행.기업들 '그로기'상태
  • 강선일
  • 승인 2009.02.2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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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수입업체 부도땐 자산 건전성 위협"
식품업계 "100원 오르면 1천억원 환차손"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으로 은행권은 자산건전성 관리에, 수입업체나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들은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적자 가능성이 높아져 경영상황에 비상이 걸렸다.

◆은행 자산건전성 우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최근 환율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바짝 긴장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BIS 비율은 자기자본을 위험자산으로 나눈 비율로, 환율이 오르면 위험자산에 포함되는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액도 늘어나 BIS 비율당금을 쌓아 8년 만에 분기 적자를 내기도 했다.

은행들은 이미 지난해 충당금을 전년보다 배 이상 많은 9조9천억원을 쌓으면서 당기순이익이 절반 가까이 급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환율 때문에 수입업체들이 부도날 경우 연체율 상승 등으로 이어져 은행의 자산건전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2금융권도 외채 상환부담 가중

2금융권은 글로벌 금융불안이 재개되면서 해외차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카드와 캐피털(할부금융 리스) 등 여신전문금융회사가 보유한 해외채무 규모는 150억 달러에 이른다.

이들 회사는 해외차입금에 대해 환헤지를 해놓았기 때문에 당장 환율변동 위험은 없지만, 신규 차입이 어려워 상환부담이 커지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여전사들이 만기도래 채무에 대해 일부는 상환하고 일부는 만기연장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신용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상환비중이 커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모 카드사 담당자도 “최근에 동유럽 지역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신규 해외차입이 어렵다”고 전했다.

다만 여신전문회사는 은행과 비교하면 해외차입 규모가 크지 않고 만기구조가 분산돼 있어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금융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형 여전사들을 중심으로 자금조달 수단의 다양화와 조달비용 절감 차원에서 해외차입을 하고 있다”며 “신용경색으로 선박리스 등 해외영업은 위축될 수 있지만, 상환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항공 정유 식품업계 ‘악’

24일 금융계와 산업계 등에 따르면 이달들어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돼 순이익은 81.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유업계 역시 원화가치 하락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 원유 수입을 위한 달러 부채규모가 워낙 커 환차손으로 이익을 까먹고 있는 실정이다. 원.달러 환율이 100원 상승할 경우 SK에너지와 S-Oil의 순이익은 각각 19%, 12%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식품업계도 마찬가지이다. 식품업계는 통상 환율이 100원 오르면 1천억원의 환차손을 보게 되는 만큼 애초 전망(1천200원) 비해 추가로 3천억원 정도의 손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엔화대출 기업 및 수출업체도 ‘비명’

대기업뿐 아니라 엔화 대출을 받은 중소기업들도 원화가치 하락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엔화대출 기업은 환차손 외에도 대출금리 급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전통적으로 환율상승 수혜업종으로 꼽히는 전자 자동차 등 수출업체들도 해외 매출감소와 외환변동성 확대 등으로 과거처럼 환율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세계 경기침체로 수요 자체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에 환율상승으로 가격경쟁력이 생기더라도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동유럽 국가부도설 등으로 지난달 현대.기아차가 동유럽 수출을 위해 국내에서 선적한 차량은 모두 6천126대로, 작년 동월보다 무려 64%나 급감했다. 게다가 일본으로부터 수입해 쓰는 부품이 여전히 많아 엔화 강세에 따른 수입비용도 많이 늘어나 부담이 되고 있다.

중소기업들의 경우 거래처에서 환율요인을 내세우면서 단가를 내리라고 압박을 가하는 바람에 고통을 겪고 있다.

더구나 글로벌시장에서 보호주의 움직임이 조금씩 강화되고 있고 올해 하반기에 달러가 약세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수출기업들도 마냥 고환율을 즐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키코에 가입한 수출기업들의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작년말 기준 키코 가입잔액은 37억 달러로, 수출기업들의 손실은 약 3조2천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올 들어 환율이 230원 가량 폭등한 점을 고려하면 키코업체의 손실은 2개월 새 3천억원 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환율상승으로 수출기업의 경쟁력은 높아질 수 있지만 글로벌 수요 자체가 급감했기 때문에 수출 회복세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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