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맹아학교는 해방 후 설립된 최초의 사립 특수학교이며 대구대학교의 모체이기도 하다.
1953년 3월 19일 대명동 공동묘지 터에 역사적인 원사신축 기공식을 하고 맹아 농아 학생들이 매일같이 원대동 임시교사에서 대명동까지 걸어와서 자기들의 배움터를 마련하기 위해 삽과 괭이, 호미를 들고 직접 이장된 빈 무덤 터를 파헤치고, 일구는 등 구슬땀을 흘리며 열심히 건축한 건물이다.
건물을 세우기 위해 후원한 외국단체의 일부는 미국해외맹인원호협회(American Foundation for Overseas Blind), United Nation Korea, 세계 기독교 선명회(World Vision INC.), 존 밀턴회(John Milton Society), 한미재단, 미군, 미국 북장로교 선교회 등이다.
사실 이 건물을 세우기 전에는 대구맹아학교가 중앙교회, 대구제일교회, 원장 사택(당시 형무소 사택), 미국 선교사 아담스 목사 사택 등을 오가면서 쫓기는 처지로 갈 곳이 없어 이곳저곳 잠시 머물면서 원생들을 교육하였던 것이다.
이와 같이 이 학교는 대구가 자랑할 만한, 아니 나아가 우리나라 특수교육분야의 산실이며 세계 여러 나라의 관심과 후원 속에서 국가 독립 유공자에 의해 설립된 장애인 교육의 요람지기 때문에 그 가치는 마땅히 인정받아 영구히 보존 및 관리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영광학원(대구대학교) 설립 60주년을 맞이하여 임시이사들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흔적도 없이 산산조각이 났다.
철거되기 전 이사회 회의록에는 “특수학교 운동장 환경개선사업을 위한 대구광명학교 1호관 철거에 대해 관할청에서 철거 지시한 대구광명학교 1호관 건물을 철거하되 원형 모형대로 경산캠퍼스에 이전 건축하여 활용토록 하고, 대명동캠퍼스에 특수학교 운동장 환경개선 사업을 시행하기로 의결함을 선언하다.” 라고 적혀 있다.
보존 가치가 있는 교육유적지는 어떻게 해서라도 학교 당국과 대구시가 나서서 보존하고 그 우수성을 널리 알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교명과 외국 후원단체 이름이 새겨진 머릿돌, 그리고 한국과 미국 국기가 나란히 그려져 있고 동맹(Alliance) 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동판마저 무차별적으로 산산조각 내어 버린 것은 대구의 역사 아니 대한민국의 역사의 가치를 스스로 버리는 것과 같다.
대구맹아학교는 한 때 우리나라 최초 시각장애인 박사이며 미국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 차관보를 역임한 강영우 박사의 일대기를 TV로 방송할 때 촬영장으로 사용되어지기도 하였다. 대부분의 선진국 사립학교를 보더라도 최소한 한 건물은 상징적으로 보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필자가 오래전 일본 게이오 대학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 곳도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건물 하나를 귀중하게 보존하며 방문객들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얼마만큼 발전하느냐는 우리가 얼마만큼 지나간 역사와 교육ㆍ문화를 잘 보존하고 배우느냐에 따라 좌우된다고 본다. 지나간 역사와 교육ㆍ문화를 하찮게 여기고 몇몇 사람들의 사적의도에 의해 그 유적을 사장시켜, 보존을 하지 않는 나라는 절대로 발전할 수 없다. 지나간 역사와 교육ㆍ문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지우려야 지워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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