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네가 지금 있는 그 자리가
<대구논단> 네가 지금 있는 그 자리가
  • 승인 2009.02.25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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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 교육학박사)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현재 자리에서 만족하기보다는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게 된다. 지금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부자인데도 사람들은 늘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어쩌면 이 부족함이 세상을 이끌어 온 동력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지나침에 있다. 자신이 너무 가졌다고 자만해도 아니 되지만 지나치게 적게 가졌다고 더 욕심을 부려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옛날 재산이 아주 많은 러시아의 어느 황제가 무서운 병에 걸렸다. 그것은 어떤 것에도 흥미를 느낄 수 없는 병이었으니 병치고는 정말로 큰 병이었다.

`아, 세상 모든 것이 다 덧없고 허무해!’ 곳곳에서 의사가 찾아왔지만 아무도 그의 병을 고치지 못했다. 날이 갈수록 병세는 악화되어 모든 희망이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곳곳을 떠돌던 한 현자가 찾아와서 말했다.

“황제의 병을 고치려면 세상에서 참으로 완벽하게 행복한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 그 사람의 셔츠를 얻어다 황제에게 입히면 병이 나을 것입니다.”이 말을 들은 황제의 아들은 신하들과 함께 나라 안을 구석구석 뒤지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어디에도 완벽하게 행복한 사람은 없었다. 부자인 사람은 몸이 아팠고, 건강한 사람은 가난하였다. 모든 사람들이 한 결 같이 자신의 처지에 부족함을 느끼고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황제의 아들은 반드시 그런 사람을 찾아내어 아버지를 구하겠다고 결심하였다. 병든 아버지를 버리고 차라리 자신이 왕위를 차지하려 했을 법도 한데 이아들은 달랐다. 황제는 이처럼 훌륭한 아들을 두었음에도 만족할 줄 몰랐던 것이다.

황제의 아들은 도시를 빠져나가 걷다가 사막에 도착했다. 밤이 되었고 몸도 지쳐서 쉬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동굴을 하나 발견하고 가까이 다가갔다. 그 때였다. 동굴 속에서 탄사가 흘러나왔다.

“아, 오늘도 하루를 잘 보내었다. 나는 정말 행복해! 자, 오늘도 푹 자볼까?” 이 말을 듣고 무릎을 친 황제의 아들은 자신의 여행 목적이 달성되었다며 밝은 얼굴로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동굴 속의 남자로부터 셔츠를 얻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 남자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알몸이었다. 황제의 아들은 크게 실망하여 그 자리에 그만 얼어붙고 말았다. “왜 그러시오?” “저는 당신이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신의 셔츠를 얻고 싶었습니다. 그 셔츠만이 제 아버지의 병을 고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행복한 남자는 말했다. “하하하! 나는 평생 셔츠를 입어보지 못했소. 만약 나에게 셔츠가 있었다면 나는 행복하지 않았을 것이오. 이것을 입을까 저것을 입을까 걱정을 했을 거요. 하지만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으니 걱정이 없소. 그러니 나는 참으로 행복한 것이오.”

황제의 아들은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궁궐로 돌아와 황제에게 그대로 말했다. 황제의 병은 비로소 나았다고 한다. 우리는 늘 조금씩 더 가지려고 한다. 여기에서 욕심이 생기고 욕심은 번민을 낳는다. 지금 내가 있는 이 자리가 바로 꽃자리인데 나는 정작 그것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가까운 왜관에서 많은 시를 쓰신 구상(具常) 시인의 시 한 구절이 떠오른다.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있다.
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 있다.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묶여 있다.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 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도 맛본다.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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