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작은 것부터 소중히 다루어야
<기고>작은 것부터 소중히 다루어야
  • 승인 2011.02.2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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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식 경북지방경찰청 홍보담당관 총경

소처불삼루(小處不渗漏)라는 말이 있다. 작은 일도 소홀히 다루지 말고 섬세하며 신중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뜻이다. 성공과 실패, 이익과 손해는 늘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사소하고 중요하지 않은 부분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KTX 탈선사고의 원인이 7mm 너트 때문에 있었다고 한다. 1998년 승객 100여명이 사망한 독일 고속열차 ICE 탈선사고도 바퀴를 고정하는 링 하나가 파손돼 일어났다고 하니 우리의 경우도 만일 고속운행 중에 탈선이 있었다면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지 않았겠는가?

순간의 사소한 부주의가 얼마나 끔찍한 결과로 연결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인 것이다. KTX 탈선사고의 피해는 국익과도 연결이 된다. KTX 산천은 세계 네 번째로 이뤄낸 독자적 고속열차로서 이번 사고는 브라질과 미국 등지에 한국형 고속철도의 190억 달러에 이르는 수출을 추진하는 등 고속철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노리는 상황에서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뿐만 아니라 지난 16일 영광원전 환경안전감시센터에 따르면 지난 4일 발생한 영광 원전 5호기의 발전 정지 원인을 추적한 결과 원자로 냉각재 펌프(ICP) 구동용 모터 안에서 약 30cm 길이의 드라이버가 발견되었고, 이 드라이버는 끝 부분이 회전자 쪽 코일에 닿으면서 쇼크가 발생해 발전이 중단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한다.

사흘간 가동중단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25억 원에 이른다고 하니 국가기간시설이 두 차례나 멈추면서 국가신뢰도에 미칠 파장이 상당히 크리라 생각한다. 우리 사회 인프라 전반에서 가장 기본적인 관리의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음으로써 안전이 위협받는 후진성을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우리 경찰은 어떤가? 최근 몇 가지 점에서 조그만 실수가 있었다. 만삭 의사부인 사망사건과 관련해서 압수수색 전날 부인 박모씨가 숨진 사건현장 방문을 허락하여 결과적으로 유력한 용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기회를 준 셈이 되어 버렸다.

또한 며칠 전에는 경기도 모 지구대에서 성폭행 상담을 위해 찾았던 여성에게 실제 있었던 성폭행 사건 피해자의 인적사항과 피해사실이 그대로 기재된 고소장을 복사본으로 건네준 사실이 밝혀져 인권을 팽개친 경찰로 질타받기도 했다. 물론 고의로 그런 것은 분명히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경찰이 아닌가?

경찰이 추진하고 있는 7대과제를 요약하면 누구나 수긍하고 모든 국민이 박수를 보내는 경찰을 만들어 가자는 것이며, 현장의 제도와 관행, 잘못된 인식이 있다면 주민을 위해 바꾸자는 것이다.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내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가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 나로 인해 어떤 한사람, 특히 사회적 약자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면 몇 배, 아니 몇 십 배 더 신중하고, 사려 깊은 활동이 필요한 것이다.

1920년대 미국 보험사 직원이 발견한 하인리히 법칙이란 것이 있다. 한 건의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이전에 이와 관련 있는 소형사고가 29회 발생하고, 소형사고 전에는 같은 원인에서 비롯된 사소한 징후들이 300번 나타난다고 한다.1:29:300법칙에 유념하여 국가와 국민을 위한 우리의 경찰활동에도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From small) 자세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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