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최악의 재난 사태임에도 그들은 놀라울 정도의 의연함과 인내심, 그리고 절체절명의 공포가 엄습해 오는 순간에도 절제된 강인한 인간성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아이티 대지진 당시 아이티인들의 약탈, 방화, 심지어는 다른 사람을 살상하는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가족을 잃은 슬픔마저 눈물로 씻어내고, 서너 시간씩 질서정연하게 차례를 기다리며 최소한의 생필품과 휘발유를 사는 사람들, 긴급 지원된 식수 차량 앞에 끝없이 줄 서 있는 장면, 옥상에 올라가 하얀 옷이나 천에 SOS를 써 놓고 구조대가 찾아오길 기다리는 모습, 위험지역을 탈출하면서 지정 차로로만 달리는 차량들을 바라보면서 세계인이 감탄 하고 있다. 엄청난 재난 앞에서도 이런 모습은 어디에서 나올까?
꾸준한 교육과 훈련이다. 어릴 때부터 부모들의 절제된 모습을 보며, 이웃을 먼저 배려하는 정신을 꾸준히 배운다. 유치원에서부터 교육 목표가 `절제와 배려’라고 하며, `타인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가르침을 반복해서 받는다.
여기에 더하여 지정학적으로 지진 다발지역이기에 불시 재난에 대비한 정부시스템을 국민들이 잘 숙지하고 훈련하며, 언제나 정부를 신뢰한 것이 더 큰 재앙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게 하였다.
오늘 우리를 숙연하게 하는 일본에 감탄만 할 것이 아니라, 뒤돌아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자.
주말이면 즐비하게 늘어선 고속도로에서 먼저 가기 위해 갓길 운행을 주저하지 않는 운전자, 조금이라도 늦게 출발하면 경적을 울리는 모습, 휘발유 가격이 오른다면 주유소마다 늘어선 자동차들과 그 중간을 끼어드는 또 다른 자동차.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 남을 배려하지 않는 자기중심적 사고는 없었는지 반성할 때다.
대재앙을 딛고 서는 일본인들을 바라보며, 우리의 질서의식 수준을 되돌아보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다짐해야겠다.
김 재 덕 청도경찰서 경무계장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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