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은 재임 이후 종신 대통령직을 제안 받았지만 사양하고 물러나면서 미국식 대통령제 민주주의를 정착시켰다. 그러나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이라는 국가적 전 세계적 위기상황에 직면하여 대통령제 민주주의의 예외로 인정받고 3선을 거치면서 미국을 세계적 지도국가로 이끌었다.
1920년 우드로 윌슨의 뒤를 이을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제임스 콕스의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선거를 치른 테오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조카였던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선거에서 참패했다. 이듬해에는 척수성 소아마비에 걸려 하반신을 쓰지 못하게 되자 루스벨트는 자신과 주변을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정치세계는 악독하고 난폭한 세계였다. 정치인들은 권력을 잡기위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아무리 비열해도 인신공격과 흑색선전을 서슴지 않았고, 공직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양심과 의무를 져버리고 전전긍긍했다. 루스벨트가 보기에 이런 정치방식은 자신에게 맞지 않았고 또 신체적으로도 역부족이었다. 루스벨트는 자신에게 맞는 정치 스타일을 개발했고, 이 방식은 그를 다른 정치인들과 차별화시켜주었다.
드디어 1932년 대공황의 절정기에 루스벨트는 뉴욕 주지사를 마치고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다. 경쟁자였던 공화당의 허버트 후버는 대공황의 위기상황을 돌파할 능력이 없어 보였다. 게다가 자신의 많은 약점을 방어하기 위해 루스벨트를 사회주의자로 몰아세웠다. 그러나 루스벨트는 후버의 공격에 직접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미전역을 돌면서 미국을 대공황에서 구해내기 위한 구상을 밝혔다. 루스벨트는 예상보다 큰 차이로 승리했다.
선거가 끝난 후 몇 주 동안 루스벨트는 대중앞에서 사라졌다. 그러자 보수파의 정적들은 루스벨트를 또 공격하기 시작했다. 위기극복 대통령직이라는 과업을 수행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말이 나돌았다. 정가의 비판은 집요하고 공격적이었다. 그러나 취임식에서 감동적인 연설을 한 루스벨트는 그 유명한 `100일 의회’ 기간 동안 적극적이며 신속한 입법조치를 취했고, 국민들은 뭔가가 진행되고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 후에도 이런 방식의 정치투쟁은 반복되었다. 루스벨트의 정책은 계속적인 저항과 비판을 받았다. 대법원은 루스벨트의 사회정책이 위헌이라 판결했고, 언론도 사정없이 공격했다. 루스벨트는 또 다시 사라졌다.
그가 안 보이는 동안 공격은 더욱 거칠어졌고, 루스벨트의 측근들은 공포에 질리기도 했다. 그러나 루스벨트는 때를 기다렸다.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국민들은 이런 공격과 비방에 지칠 것이라 생각했다. 무엇보다도 상대의 공격에 대응하지 않음으로서 상대의 공격을 일방적으로 만들었다.
때가 되자 루스벨트는 공세로 전환했다. 루스벨트에게 공격할 거리를 만들어준 적들은 이성을 잃은 조롱거리가 되었다. 1944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 토머스 듀이는 루스벨트에게 인신공격을 퍼부었고, 그의 아내와 아들의 활동까지 문제 삼았다. 심지어 스코틀랜드 테리어종인 그의 애완견 팔라까지도 납세자의 돈으로 호사를 누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루스벨트는 반격했다.
“공화당은 저나 아들에 대한 인신공격만으로는 만족을 못하는 모양입니다. 이제는 제 애완견까지 들먹이고 있습니다. 제 가족들은 참았는데, 팔라는 분노를 참지 못하더군요. 내가 팔라를 얄류샨 열도에 두고 와서는 200억 혹은 2천만 달러를 들여 구축함을 보내 찾아오게 했다는 공화당의 날조된 이야기를 듣고 팔라는 자신의 스코틀랜드 혈통을 감추지 못하고 분노했습니다.
이제 팔라는 전혀 다른 개가 되었습니다. 저에 대한 악의적 험담에는 이미 익숙합니다만, 저에게도 제 애완견을 중상하는 발언에 대해서는 반대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루스벨트의 재치 어린 이 연설은 엄청난 효과를 발휘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루스벨트의 적들은 그들 공격하다가 스스로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루스벨트는 상대방의 공격에 침묵함으로써 그들이 도를 넘어서고 감정이 격해져 스스로 화를 입는 상황이 되었을 때 등장하여 최후의 일격을 가하곤 했다. 더 중요한 것은 적들은 평소에는 일시적으로 점수를 땄을지 모르지만, 결정적인 순간(선거)에서는 대패를 하고만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루스벨트가 미국을 대공황의 위기에서 구출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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