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동해를 보면서
<대구논단> 동해를 보면서
  • 승인 2009.03.0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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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의식 (대구대 교수)

우리대학 연수원이 위치한 영덕으로 가면서 훤하게 펼쳐진 동해 바다를 바라보는 것은 신나는 일이다. 그러나 가슴이 뚫리는 기분도 잠시 어지러이 마구 개발된 해변 가 일대를 보면서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저런 무질서한 개발을 억제하고 잘만 가꾸었다면 세계적으로도 손색이 없을 이 아름다운 해안을 저토록 망가뜨릴 수 있다니 하는 아쉬움인 것이다. 지금이라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면밀한 계획 아래 잘만 가꾼다면 이 아름다운 해안과 바다에서 엄청난 노다지가 쏟아질 것이란 상상과 함께 그렇지 못한 현실에 대한 허탈감이 교차해 밀려드는 것이다.

또한 바다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인식이 서해(황해)와 남해에 치중되고 동해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관심이 부족한 현실도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이다. 동해와 관련해 단순히 독도 영유권이나 동해 명칭 표기 문제에 집착해 독도나 동해가 표기된 고지도를 `보물찾기 식’으로 발굴하는 데 머무르고 마는 경향도 그렇다.

그보다는 면면히 내려온 해양문화의 전통을 계승하고 이를 바탕으로 21세기 해양강국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기 위한 체계적인 정리와 전망이 필요한 것이다. 동해를 보면서 늘 미안하다는 생각인 것이다.

역사적으로 동해에 대한 호칭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당나라 이전의 중국 고지도나 문헌에서 한반도 동부 해역은 별다른 고유 명칭 없이 단순히 해(海), 또는 대해(大海)로 표기돼 있다. `당회요(唐會要)’ 등에는 소해(少海), 혹은 소해(小海)로 기록돼 있다.

송·요 시대 이후부터 동해라 불리게 되고 이는 청대에도 이어졌다. 원대에는 일시적으로 `경해(鯨海)’ 혹은 경천해로 불리기도 했는데 고래가 많이 서식한 탓이리라. 청말의 우국지사 위원(魏源)의 `해국도지(海國圖志)’에도 `동해’라는 명칭이 등장한다.

본래 중국 문화에는 바다에 고유 명사를 붙이는 전통이 없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대해나 소해, 혹은 방위에 따라 동해나 남해 등으로 불렀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동해는 우리나라 동쪽 바다만이 아니라 현재의 황해와 동중국해 등을 합친 바다를 지칭하기도 했던 것이다.

동해란 명칭은 중국보다 우리가 먼저 사용하고 있었다. 최초로 동해란 이름이 나타난 역사 문헌은 `삼국사기’로써 고구려 본기의 시조 동명성왕의 기록 가운데 동해란 명칭이 나온다. 서력으로 기원전 59년에 해당하는데 동해는 삼국 건국 이전부터 사용하던 명칭인 셈이다.

유명한 광개토왕비에도 동해란 명칭이 나온다. 우리의 동해를 통한 교류는 크게 세 시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옥저·동예 등이 활약하던 초기 철기시대부터 삼국이 이런 저런 형태로 일본에 진출해 정치적·경제적·문화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미쳤던 시기이다.

두 번째는 발해와 신라 및 일본의 교류가 매우 활발해진 시기였다. 이전 시기에 비해 비교적 정기적으로 이루어졌다. 세 번째 시기는 발해 멸망 이후 고려시대로 침체기라고 할 수 있다. 고려와 왜 사이에 일부 교류가 있었지만 여진 해적의 창궐과 일본 측의 쇄국정책, 고려 측의 무관심, 그리고 요금원 등 유목민족 정복왕조의 바다에 대한 무관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침체기로 접어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상의 간단한 정리에서도 볼 수 있듯이 동해 교류가 활발할 때 우리의 국운이 융성했다.
세계경제 침체로 국내 경제도 곤두박질치는 요즘 우산국을 정복해 동해 해상권을 장악한 신라 장군 이사부의 활약이나 신라와 발해의 활발한 교류가 가져다 준 성과는 대구·경북 지역이 발굴해야 할 또 하나의 성장 동력의 길을 제시해 주는 게 아닌가 한다.

환 동해권 중심지로 부상해 동해 해상권을 장악하는 길이나 서울 경기 지역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남북 경제교류에서 이 지역이 또 하나의 축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이사부의 활약이나 신라와 발해의 교류에서 찾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로마가 지중해를 자기 안방화한 것은 세계제국으로의 성장에 중요한 기로였다. 카르타고와 명문을 건 싸움을 마다하지 않았던 것은 지중해의 패권이 그만큼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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