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룩주룩 비가 내린다.
우울하다
피할 처마 밑도
우산도 없는
생각들이
저 비에 흠뻑 젖고 있어
주룩주룩 비가 내린다.
걱정이다
막아 줄 제방도
언덕도 없는
언행들이
저 비에 쏟아지고 있어
▷경북 울진 출생. 계명대학교 정책개발대학원 졸업.『대구문학』(1993)신인상으로 등단.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시집으로「차나 한 잔 들고 가게」등이 있다. 현 경상북도청에 재직 중.
이 시는 비의 형상과 함께 시인의 내면의식이 시 전편에 용해되어 있다.
비는 시인에 따라 그 형상이나 의미가 다양하지만 화자의 비는 `우울’의 대명사로 부각되고 있다. `피할 처마 밑도 / 우산도 없는 / 생각들’이 비에 젖고 있는 화자의 비는 `우울’로 존재한다.
피할 수 없는 우울함이 그렇듯 차단할 수도 없는 세상의 실없는 `언행들’이 비에 젖는 게 아니라 쏟아지고 있는 세태를 화자는 이 시를 통해 나직한 목소리로 질타하고 있다.
이일기 (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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