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이 없는 너는 꽃자리에
봄나비를 날려보내는 심술쟁이
낯가림 없는 너는 한여름이면
땀을 식히는 도우미였던가
색깔 없는 너는 늦가을에
단풍잎을 떨구는 몰이꾼
정이 없는 너는 한겨울이면
고공무용의 눈발에 조련사였던가
주소가 일정치 않는 너는
분별없이 쏴 다니는 방랑자여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 한국문협, 현대시협 중앙위원. 대전펜문학회, 대전문인총연합회 고문. 충청남도 문화상(문학부문), 대전펜문학상 수상. 시집으로「바람 쉴 고개」「먹을 갈면서」등이 있다.
이 시인의 작품 경향은 향토적인 소재들을 다루는 발상법과 함께 전통적 가치관의 간결한 조화로움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 평자들의 지적이다.
여기서 보는 `바람은’은 바람의 생태적 특성을 별다른 수식 없이 간결하게 보여 주고 있다.
바람은 향기가 없으나 봄나비를 쫓는 심술이 있는가 하면 여름의 더위를 식히는 몸짓으로 가을 단풍잎을 떨구기도 한다.
바람의 생명은 흐르는데 있다. 바람은 멈추면 이미 생명이 없기에 언제나 쏴 다니는 바람은 인간에 있어 방랑자와 다름이 없나 보다.
이일기(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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