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시론> 팔아야 살아남는다.
<팔공시론> 팔아야 살아남는다.
  • 승인 2009.03.08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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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성 (배재대학교 연구교수)

세계경제의 우려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등 많은 국가들이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경기침체, 불황에 진입했다. 1929년 미국 뉴욕의 월 스트리트에서 주가 대폭락으로 시작된 대공황의 고통은 너무나 끔직했다.

실업률이 25%를 넘었고, 공황이 시작된 지 4년 만에 미국경제는 27%나 축소되었다. 결국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속에 독일과 일본은 극약처방으로 위기탈출을 감행했고, 전쟁(2차 세계대전)은 인류적 비극을 낳았다. 인간의 이기적 본능과 국가의 배타적 국익추구는 위기 때마다 유연하게 대응하며 진화와 발전을 거듭 해왔다.

그리고 역사는 반복된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 세계 각국 정부는 케인즈(John Maynard Keynes)의 이론과 주장에 따라, 정부의 재정지출을 확대하여 내수시장을 확충하고, 주요 산업을 국유화시키는 한편,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주의적 무역규제 조치들, 즉 `이웃나라 거지 만들기’(Beggar-thy Neighbor) 정책들을 쏟아내며 위기를 극복했다.

똑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세계의 많은 가정들이 “이웃이 일이 없거나 실직하고, 내 일자리가 위태로운 상황에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보험을 해약하거나 집이나 승용차를 팔아야 하는” 불황을 겪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세계 각국은 선진국과 신흥국 가릴 것 없이 국내경기 부양과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빗장걸기’를 무차별적으로 하고 있다.

미국 의회는 공공부문 사업시행 시 자국산 철강 및 철강제품의 사용을 의무화하는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조항을 통과시켰고, 유럽연합도 유제품에 대한 수출보조금을 부활했다. 중국은 3,700여개의 수출제품에 대한 수출세 환급을 시작했고, 인도와 러시아는 철강 등 수입제품에 대한 관세를 5% 재부과하거나 인상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수출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60% 이상) 한국은 팔아야 살아남는 국가이다. 지난해 교역의존도가 76%에 이른 한국은 이런 보호주의적 조치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지난 60여 년간 한국경제의 도약은 전적으로 경제성장의 엔진인 수출에 있었다. 수출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국제무역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2007년 경제성장에 대한 수출의 기여율은 64.3%, 수출에 의한 취업유발 인원은 374만 명으로 우리나라 총 취업자 2,343만 명의 16%에 이른다. 국가의 이기적 본능은 각국의 보호주의적 무역규제 조치들을 세계무역기구(WTO)가 견제할 수 없을 정도로 교묘하고 정교하게 진화시키고 있다.

엘지경제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이 TV기능내장 무선통신기기의 품목유형을 가전으로 바꾸려는 시도는 그 동안 무관세를 적용받던 무선통신기기에 관세를 부과하려는 시도였다.

마찬가지로 러시아가 극동시베리아로 수입되는 자동차들 중 `오른쪽 운전차량’에 한해 수입관세를 대폭 인상한 것은 일본산 자동차의 수입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 각국의 `빗장걸기’로 한국은 주력산업인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산업 등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견된다.

석유화학은 중국과 인도의 설비증설로 인한 공급과잉으로 수입관세가 대폭 인상될 전망이고, 철강 산업은 미국과 인도의 수입규제에 맞서 캐나다와 중국이 보복조치를 취하면 무역 분쟁에 휩쓸릴 수 있고, 게다가 인도는 한국산 철강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개시했다. 자동차 산업은 유럽연합이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를 강화하는 등 우회적인 보호조치를 취하고 있다.

경기침체나 불황이 패닉(공황상태)으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세계경제의 위기상황에선 정부의 기능과 역할이 생존의 핵심이다. 정부는 각국의 수입축소와 보호주의에 대해 국제적인 `반보호무역주의 전선’을 구축하고, 수출시장 지원을 위해 수출보험기금을 지난해 250억 원에서 3,100억 원으로 확대하는 등의 국가적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인간과 국가의 생존을 위한 투쟁의 역사는 반복된다. 1930년대 대공황의 위기 속에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은 독일과 일본을 전쟁으로 몰고 갔다. 정부는 현재의 경기침체를 생존의 관점에서 보아야 하고, “우리는 팔아야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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