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면 주문한 당일 배달이 가능했지만 이씨는 이틀이 지난 31일 오전에서야 기름을 받을 수 있었다.
기름을 배달 온 주유소 직원은 ‘주문량이 갑자기 밀려서 어쩔 수 없었다’며 기름을 넣기가 바쁘게 이웃집으로 배달을 갔다.
태 씨는 “작년에 이맘때는 등유 한 드럼에 24만원이었는데 지금은 19만원에 기름을 넣었다”며 “1일부터 기름값이 오른다는 소리에 한 푼이라도 아낄 요량에 기름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승수(57)씨는 기름값이 오른다는 소식에 이날 출근길에 회사 인근 주유소에 들러 차에 기름을 가득 넣었다.
1월 1일부터 휘발유 가격이 인상되기 때문이다.
31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시행된 ‘유류세 10% 한시 인하’ 조치가 지난해 말로 종료됨에 따라 1월부터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유류세가 휘발유는 L당 82.5원, 경유는 57.2원, LPG 부탄은 17.6원 각각 인상된다.
이처럼 기름값 인상이 예고되자 지역 대다수 주유소에는 기름을 넣으려는 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실제 대구시 북구 한 주유소는 하루 평균 10가구 정도 난방용 등유 주문이 들어오는 것에 비해 지난 29일부터는 하루 30통이 넘는 주문전화가 걸려오고 있다.
이 주유소 대표는 “지난 26일 언론 보도를 통해 기름값이 오른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부터 주문이 이어지더니 마지막 날인 31일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름값 인상은 최악의 경기불황을 겪고 있는 서민들에게는 달갑지 않는 소식이다.
시민들은 휘발유 가격이 l당 최고 2천원대를 넘어섰던 ‘지난 여름 기름 폭등의 악몽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직장인 김도윤(30)씨는 “영업을 하면서 그나마 기름값이 내려가서 살만했는데 다시 오른다고 하니 지난 여름이 생각나 벌써부터 걱정이다”며 “경기가 어려운 만큼 서민들의 생활을 고려해 유류세 인하를 조금 더 연장해야 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 대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