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는 자가 강자".. 겁쟁이 예찬론
"살아남는 자가 강자".. 겁쟁이 예찬론
  • 김덕룡
  • 승인 2011.07.18 02:1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겁쟁이가 세상을 지배한다' 출간
우리는 어릴 때부터 용감한 행동, 영웅, 모험에 대한 도전을 미덕으로 배우며 자랐다.

무리 중의 겁쟁이는 언제나 놀림 받고 소외되기 십상이었으며, 반대로 용기 있는 행동은 늘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았다.

세계 영웅 위인전은 필독 도서로 꼽히지만, 겁쟁이를 위한 기념관이나 비겁한 자를 위한 송가는 없다.

그러나 진화, 인지과학연구자 프란츠 M. 부케티츠는 신간 '겁쟁이가 세상을 지배한다'에서 비겁함과 겁쟁이를 예찬한다.

저자에 의하면 겁쟁이야말로 생물의 기본적 활력소이다.

저자는 "삶의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임에도 우리는 비겁함과 일종의 불편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비겁함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지는 않을지 몰라도 삶과 생존에 있어 중요한 동력임에는 틀림없다"고 말한다.

이러한 생각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 책에서 적용하는 것은 다윈의 자연선택설과 그에 따른 적자생존의 개념이다.

저자는 "오늘날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다윈의 이론에 대한 근본적은 오해 가운데 하나는 자연에서 '가장 강한 자'만 살아남는다는 개념"이라며 "만약 다윈과 그의 생명에 대한 이론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이러한 오해는 사라질 것이며 자연선택설은 사실은 겁쟁이들을 옹호하는 이론임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동물들의 세계에서 동족간의 생존 경쟁은 자연스러운 경쟁을 의미하지, 강인한 아래턱이나 커다
란 뿔, 기다란 발톱 등을 동원한 피 튀기는 물리적 싸움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또 포식자 사자를 만났을 때 겁없이 덤비는 가젤과 재빠르게 도망치는 가젤 중 어느 쪽이 더 오래 살아남아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남길지 생각해보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해진다.

저자는 이를 인간 세상에도 그대로 적용해 최전방에서 용감하게 싸우다 죽은 젊은 병사나 누군가를 감동시키기 위해 달리는 기차의 지붕 위에서 그대로 뛰어내리는 젊은이는 다윈의 관점에서 보
면 '적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자신의 한계를 잘 알고 이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이 생존에는 더 적합한 것이다.

이 책은 비겁함이 살아남는 데 더 유용하다는 것을 넘어 더 도덕적이라는 데에까지 논지를 확장시킨다.

"이 세상에 그런 죽음의 전투에 참가할 만큼 용기 있는 사람이 없다면, 종교나 그 외의 사악한 이념의 이름으로 자신의 목숨을 비롯해 결과적으로 다른 이의 목숨까지 바칠 만큼의 용기가 없는 겁쟁이로 가득하다면 이 세상이 어떨지 한번 상상해보자."(185쪽)

이덕임 옮김. 268쪽. 1만3천500원.

기자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