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를 찾아서> 꿈에 보는 바다
<좋은시를 찾아서> 꿈에 보는 바다
  • 승인 2009.03.09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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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재 필

꿈에서만 보는 바다가 있다.
그것도
쉬이 잠들지 못하는 밤에
오랜 시간을 뒤척이다 그 끝에 꾸는
꿈속의 바다

버스 종점에서 내려 5분쯤 걸어가면
요즘 유행하는 재개발에 딱 적당한 낡은 판잣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널린 漁具와
棧橋에는 녹슨 폐선 두어 척이 매달려 있는
바닷물은
인근 新港에서 밀려온 온갖 오물로 넘실거려
함부로 거기다 방뇨를 해도
미안한 마음이 조금도 들지 않을 것 같은

언제나 나는
긴 不眠의 끝에 그 바다를 만난다.

하루는
작심하고 그 바다를 찾아 나선 적이 있다.
너무도 생생한 꿈속 기억을 되살려
근교를 샅샅이 뒤졌지만
내 기억이 잘못된 탓일까.
아니면 연안 확장공사로 지형이 바뀐 탓일까.
발품만 헛팔고 돌아온 적이 있다.
(이하생략)

▷경남 진주 출생, 부산대학교 국어국문과 졸업, 부산 동래여고에서 정년퇴임, 50년대 부산에서 `흑기’ `시와 시론’ `영문(嶺文)’ 동인으로 활동.『문학예술』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현 남강문우회 회장.

`꿈에 보는 바다’는 꿈이라는 메타포를 비린 은유시이다. 이 시에 대해 원로 문학평론가 이유식 교수는 `꿈의 속성이 초현실적인 동시에 무의식의 잠재적 발로인 점을 감할 때 문명에 덜 오렴되었던 지난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꿈을 빌려 오늘날 물질적 가치로 오염되고 있는 현실의 안타까움을 노래하고 있다’고 평하고 있다.

꿈에 보는 바다는 `언제나 나는 / 긴 불면의 끝에 그 바다를 만난다’ 하니 그 바다는 다름 아닌 시인의 원초적 이상과 꿈의 비원이 출렁이는 실체인 듯싶다.

이일기(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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