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인터뷰> 희귀병 앓는 포스텍 신입생 백민우 군
<와이드인터뷰> 희귀병 앓는 포스텍 신입생 백민우 군
  • 포항=이시형
  • 승인 2009.03.09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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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EIC.TEPS 상위권 점수, 한자 '사범' 자격증 보유
"스티브 호킹 같은 화학자 될 것"
“지금까지 학원 한 번 다니지 않고 혼자서 공부했습니다. 포스텍으로 목표를 정하고부터는 혼자 대학교재를 구해서 독파했지요. 포스텍의 좋은 교수님을 만나게 되면 더 놀라운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요?”

백민우군과 어머니 권영실씨
2천500명 중 1명꼴로 발생한다고 알려진 유전적 희귀난치병인 샤르코마리투스병(CMT.유전성 운동 및 감각신경병증)을 앓고 있어 거동이 불편한 포스텍 화학과 신입생 백민우(18.남)군이 밝힌 입학 소감이다.

백군은 경기도 안양시 안양고등학교 다닐 때 병 때문에 펜을 잡고 필기하기도 어려운 장애를 가졌지만 늘 상위권을 유지해 주변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민우가 어릴 때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해 1주일에 10권 내외의 책을 빌려준 것 같아요. 정말 서점에서 산다고 할 정도로 책을 열심히 읽더군요.”

백군의 어머니 권용실씨는 독서와 공부를 좋아하는 아들에게 책이나 영어 학습용 시청각 자료를 빌려 주고, 영어단어 쪽지시험 감독을 하며 아들의 공부를 도왔다고 했다.

또 한자 강사를 하고 있는 어머니 덕택에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한자를 접하게 돼, 한자 5천자를 완벽히 외워야 취득할 수 있는 ‘한자 사범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또 미국의 유명 수사드라마, 의학드라마<하우스(House)>등을 특히 좋아한다는 백군은 토익910점과 텝서880점에 이르며, 한글 자막이 없는 미국 드라마를 보는 정도로 영어실력이 뛰어나다.

그런 아들을 보면서 어머니는 당연히 법학을 전공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고등학생 때 화학에 재미를 느꼈어요. 말 그대로 정말 이유 없이 화학에 대한 관심이 계속 생겨나는 거예요.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뜨면 시야가 점차 넓어지는 것 처럼요.”

화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백군이 목표로 삼은 것은 포스텍이었다. 포스텍을 지망했던 누나(국비장학생으로 日가나자와 공대 재학)의 영향이기도 했다.

“포스텍 경시대회에 왔을 때 실력만 있다면 신체적 불편함에 대해서는 힘껏 지원해주겠다는 방침을 들었어요. 휠체어를 타는 단 한 명을 위해 모든 시설을 정비했다는 이야기는 점점 걷기 힘들어지는 제게 큰 감동으로 와 닿았죠.”

포스텍에 관심을 가진 후 남들보다 훨씬 늦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일반화학과 유기화학 등 대학교재를 구입해 공부를 혼자 시작했다고 한다.

많은 학생들이 중학교 시절부터 선행학습을 시작하는 것에 비하면 늦은 선택이었지만 지난해 10월 조기졸업자로서 당당히 포스텍에 합격했다.

포스텍 김무환 학생처장은 “미국 유학시절 가장 존경했던 교수님도 백군과 같은 병을 이겨내고 훌륭한 학자로 우뚝 섰었다”며 “장애가 있어 일반인들보다 갑절은 더 노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교육의 도움 없이 탁월한 실력을 보인 데 대해 특히 놀라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면접시험에서는 화학 분야에 대한 깊은 관심은 물론, 뛰어난 화학자로 성장할 자질을 충분히 보여줘 미래가 기대된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아직까지 화학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어떤 분야에 특별히 더 관심을 가질 것도 없이 모든 분야가 다 재미있게 느껴져요. 그렇기 때문에 중ㆍ고교 시절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서 제가 어떤 화학자가 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볼 겁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스티븐 호킹 박사의 시간의 역사와 같은 기초과학도서도 쓸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학문의 세계에서 신체적 장애는 단순히 불편한 것뿐임을 보여준 스티븐 호킹 박사처럼, 백군은 대학원에 진학해서 화학자의 길을 계속 걸을 계획이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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