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실질소득이 줄어들어 힘겨운 가계에 물가까지 오르고 있으니 지갑 열기가 무서울 뿐이다. 한 달 새 고등어 양파 풋고추 등 찬거리가 8∼35%나 올랐다며 주부들은 숨이 막힌다고 호소한다. 이 뿐이 아니다. 지난달엔 휘발유 값도 10%나 뛰었고 학원비 대학등록금 등도 허리를 휘게 했다.
지난 2월 소비자물가는 전달에 비해 0.7%,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선 4.1%나 뛰었다. 전년 동월 대비 물가상승률은 작년 7월 5.9%에서 올 1월 3.7%로 계속 낮아지다 2월엔 7개월 만에 다시 높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지난 1월 전년 동기 대비 물가상승률이 38년 만에 최저치(1.3%)로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고물가는 이례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분기(전년 동기 대비 5.3%)수준이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는 마당에 4%대 물가상승은 비정상적임이 분명하다.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한다고 법석인 가운데 물가고까지 겹치게 되면 가계 소비는 더욱 움츠러들고 이는 다시 경기 침체를 가속화하게 된다. 이 같은 악순환을 막기 위해 정부는 물가의 고공행진이 멈출 수 있도록 종합대책을 세워야 한다.
올 들어 달러당 원화 값이 19%가까이 떨어진 것이 최근 물가 급등의 가장 큰 요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고물가를 일시적인 현상으로만 생각한다면 지나치게 안일한 자세다. 원화 값이 강세로 돌아서기도 쉽지 않은데다 국내 유통시장의 비효율성을 감안할 때 오를 때는 껑충 뛰어오르고 내릴 때는 찔끔 내리는 수입 물가를 바로잡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물가를 잡으려면 무엇보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이 소비자물가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주요 품목 유통체계를 개혁해야 한다. 특히 유류제품 판매업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소비자들이 손쉽게 가격비교를 할 수 있도록 하여 경쟁을 촉진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소비자들이 에너지 절약에 적극 나서도록 세제상의 유인체계를 조정할 필요도 있다. 학원비를 비롯하여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을 주도한 부문이 물가안정에 협력하도록 유도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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