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 속 '소의 모든 것'
우리문화 속 '소의 모든 것'
  • 김덕룡
  • 승인 2009.01.01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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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은 기축년(己丑年) 소띠 해다.

소는 성실과 근면, 끈기의 대명사인 동시에 풍요의 상징이기도 하다.

큰 덩치 때문에 가끔 아둔하고 미련하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이는 충직함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우리 민족은 농경문화 속에서 소를 가족 이상으로 소중히 생각하며 항상 함께 해 왔었다.

우리 한우인 황소가 갖는 의미는 '농가의 재산'이며 '순박성'과 '근면성' 때로는 미련하게 힘이 세며 고집스런 투박성을 대표하는 동물로 비유하기도 한다.

우리 속담 속에 나타나는 소 이야기들을 살펴보면 '소는 농가의 조상'과 '소같이 벌어서 쥐같이 먹어라', '돼지같이 먹고 소같이 일 한다', '소귀에 경 읽기',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서 뿔난다', '소 닭 보듯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소 뒷걸음에 쥐잡기' 등 다양하고 다채로운 속담들이 있다.

그만큼 소는 우리와 친숙한 동물 이였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주인을 위해 코뚜레가 뚫리는 아픔을 겪으면서도 무거운 멍에를 평생 짊어지는 소는 숙명과도 같은 자신의 길을 그저 묵묵하게 걸어가는 가축이며 봄날 논과 밭을 일구고 달구지로 짐을 나르며 우리네 삶의 터전을 위해 자신의 몸을 기꺼이 희생하는 동물이다.

때로는 주인이 위험에 처했을 때 자신의 목숨을 아낌없이 바치는 충성심에 대해 우리는 우공(牛公)이라 불러 예를 갖추기도 한다.

소는 우직하고 순박하며 여유로운 천성을 지닌 동물로 인식된 까닭에 옛 선비들은 각별한 영물로 여기곤 했다.

그런 흔적은 소를 소재로 한 시문이나 그림, 고사가 많이 남아있다는 점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특히 당시 선비들은 속세를 떠나 은일자적할 수 있는 선계에 대한 동경을 묘사하면서 소를 그 이미지로 부각하고자 했다.

소를 잘 그린 조선시대 화가로는 김제를 비롯해 이경윤, 김식, 윤두서, 조영석, 김두량, 김홍도, 최북 등이 있다.

김제의 '와우'(臥牛) 즉 '드러누운 소'란 그림은 간단한 배경에 한가로이 꼬리를 늘어뜨리고 엎드린 어미 소를 포착했으며 그의 또 다른 '황우'(黃牛) 그림에서 황우는 살이 찐 뒷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이경윤의 '기우취적'이란 작품은 중앙에 두 마리 어미 소가 걸어가는 모습을 묘사했는데 앞선 소가 뒤를 돌아보는 장면이 마치 뒤따르는 소와 대화하는 듯한 표정이다.

뒤쪽 어미소 등에는 웃통을 벗은 더벅머리 목동이 올라 타고는 피리를 분다. 아마 속세를 초탈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자 했을 것이다.

김식(1579~1662)의 작품 '고목우'와 '수하모우', 조영석의 '소그림'은 젖을 먹는 송아지와 어미 소를 소재로 했다.

이처럼 우리 선조들에게 소를 탄다는 것은 세사나 권력에 민감하게 굴거나 졸속하지 않는다는 정신적인 의미가 있다. 나아가 권세를 버리고 초야에 묻혀 산다는 의미도 아울러 내포했다.

근대에는 화가 이중섭이 소를 주제로 만든 작품을 선보였다.

이중섭의 '황소'는 조선 민중들에게 자신의 당당함을 포기하지 말라고 외치고 있다.

그림 '황소'를 보면 당당한 눈빛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힘차게 울부짖는 소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 울음은 슬픔에 울부짖는 소리도, 단순히 분노에 찬 울부짖음도 아니다.

일제 강점기 억압과 착취로 고통조차 익숙해져버린 조선의 민중들에게 소는 이렇게 말을 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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