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다윗(Davia)과 골리앗(Goliath)
<기고>다윗(Davia)과 골리앗(Goliath)
  • 승인 2011.09.13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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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종 시인

늘 찾는 정육점에 갔더니 컴퓨터에서 멋진 노래가 흘러나온다. 가수 안다성(1930년생) 선생이 부르는 `바닷가에서’다. 안 선생의 목소리가 바닷물보다 더 맑고 깨끗하다. 안 선생은 데뷔하던 20대 때나, 팔십 노경이나 목소리는 하나도 변하지 않고 미성 그대로다.

음에 중요한 것이 음악(노래)인 것 같다. 단골 정육점에 들리기 전에 M우체국에 갔었다. 거기엔 나보다 2,3세 연상인 H선생이 먼저와, 우체국 고객을 위해 마련한 신문을 뒤적이고 있었다. 나를 보고 H선생이 심각한 표정으로 “신라 화랑도 그 새끼들 깡패야, 외세(당나라)를 불러 대제국 고구려를 무너뜨렸으니 말이야”.

H선생 말마따나 단순 사고를 하면, 삼국통일의 위업을 완수한 신라의 공적을 지나치기 일쑤다.
덩치 큰 고구려가 3국 통일의 위업을 못 이룬 것은, 내부사정이 분열돼 있고 수, 당과의 오랜 격전으로 국력이 제로상태였기 때문이다. 몸집이 작아도 병 없이 튼튼한 사람과, 덩치는 고목보다 커도 다병해 골병든 사람과는 게임이 안 된다.

삼국시대 때 신라, 고구려, 백제는 같은 민족이 아니라 다른 민족이었다. 건국설화를 보면 고구려는 부여계통이고, 백제는 고구려계통의 유이민 같다. 삼국시대도 세 나라는 언어가 똑 같지는 않아 소통이 불편했다. 통역인을 세울 정도는 아니었지만 언어소통이 원활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요사이도 경상도 사람과 제주도 사람이 순 사투리만 쓴다면 둘 사이엔 언어장벽이 심각한 불통이 되기 쉽다. 나당 동맹이 맺어진 것은 648년으로, 당시 약소국인 신라가 세계 최대강국인 당나라와 국교를 맺은 것은 외교전의 일대 승리라고 볼 수 있다. 고구려와 백제는 `여제동맹’을 맺어 신라의 숨통을 꽉 조여 댔다.

백제 의자왕의 일과는 신라침공이 주제였다. 선덕여왕 때 김춘추의 사위 김품석(대야성 군주)과 딸 꽃다지는 백제 윤충 장군에게 살해되고 시체마저 볼모로 잡혀, 김춘추에게는 불공대천의 원수가 되었다.

쥐도 궁하면 고양이를 무는 법이다. 고구려, 백제의 압박 틈바구니에서 나당동맹은 신라의 유일한 살길이었다. H선생의 주장대로,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미구에 고구려는 당나라에 멸망당하고, 오늘날 한반도는 중국지도와 같은 빛깔이 되었을 것이다.

그것은 상상이 아니라 역사적 현실이다. 고구려의 뒤를 이어 건국한 발해가 당에게 당한 것이 웅변적으로 말한다. 발해는 고구려의 옛 땅을 거의 회복해 영토면적이 50-60만 평방킬로미터나 됐지만, 당에게 완전히 먹혀 버렸다. 통일신라는 면적이 13만 제곱킬로미터에, 인구는 450만 명을 헤아렸다.

삼국통일의 가장 큰 의의는 신라가 통일을 해서 우리민족이 비로소 생겨났다. 15세 소년 다윗이 침략자인 불레셋의 골리앗(키 282cm)을 돌팔매 하나를 명중시켜 곤장 보낸 것처럼, 신라의 삼국통일은 다윗의 `물맷돌’과는 비교가 안 될 우리 역사상 최대의 쾌거인 것이다. 신라가 삼국통일을 못했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의 번영도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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