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야구 명문인 경북고(류 감독)와 대구상고(현 상원고·이 대행)를 나온 두 사령탑은 삼성에서 10년간 한솥밥을 먹으며 교분을 나눈 선후배다.
삼성에서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한 후 은퇴한 두 감독은 그러나 은퇴후 행보는 엇 갈렸다. 류 감독은 현역 은퇴후 지도자로 줄곧 삼성밥을 먹은데 반해 이 대행은 1998년 자비로 미국 연수를 떠난 후 2006년 9년간의 미국생활을 마감하고 귀국, SK에 둥지를 틀었다.
더욱이 후배인 류 감독이 올해 삼성 사령탑 취임한데 반해 이 대행은 김성근 감독의 시즌 중 갑작스런 퇴임으로 대행자리를 맡아 팀을 이끌게 됐다. 두 감독 모두 자신이 직접 한국시리즈무대에서 팀을 진두지휘하기는 처음이다.
25일부터 열리는 한국시리즈(7전4승제)를 앞두고 24일 오후 2시 대구시민체육관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만난 두 사령탑은 “재미있는 승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시하면서 우승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자고 약속했다.
지난달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한 후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반드시 우승하겠다”고 선언한 류 감독은 이날도 자신감을 내비췄다.
류 감독은 먼저 1~3차전 선발투수를 “더그 매티스-장원삼-저스틴 저마노”라고 공개, 전력노출을 꺼리지 않는 자신감을 보였다.
정규리그에서 1선발로 활약해 온 차우찬을 1차전 선발에서 뺀 이유에 대해서 류 감독은 “차우찬은 1·2차전 중간에 대기할 것이다.. 대구 홈에서 열리는 두 경기에서 이기면 쉽게 시리즈를 끝낼 수 있다는 생각에 컨디션이 좋은 차우찬을 불펜으로 기용할 생각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류 감독은 “이만수 감독님이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오느라 고생 많이 하셨다. SK가 야구를 잘하는 것을 다시 느꼈고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SK에 참패한 빚을 갚을 기회가 와서 고맙다”며 의미있는 말로 일전을 예고했다.
또 “우리 선수들도 SK가 올라오기를 학수고대했다. 재미있는 한국시리즈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만수 감독 대행과의 평소 인연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분으로 삼성에서 선수로 10년간 같이 뛰었다”면서 “만수 형은 현역 때부터 훈련하는 자세가 만점이었다. 내가 만수 형보다 나은 건 일찍 감독에 오른 것 뿐이다”고 깍뜻이 선배를 예우했다.
류감독은 이번 한국시리즈 승부를 예상하는 질문에는 “SK가 워낙 강해 한 번은 비기는 경기가 나올 것 같다”면서 “8차전까지 가면 4승1무3패로 우리가 이긴다”고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다시한번 보였다.
감독 대행으로 고향에 금의환향한 이만수 대행도 특유의 구수한 입담으로 설전을 펼쳤다.
이 대행은 “가을 하면 SK이고 SK 하면 가을이다. 류 감독의 말마따나 멋있고 깨끗하고 재미있는 야구를 한국시리즈에서 펼쳐보이겠다”고 은근한 자신감을 내비췄다.
그러면서 “류 감독은 현역 때부터 좋아하던 후배다. 많은 분이 유격수 하면 김재박 전 감독을 생각하는데 난 같은 팀에서 뛰어서 그런지 몰라도 유격수로는 류 감독이 대한민국 최고라 생각한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후배의 손을 들어줬다.
또 “야구 센스와 손놀림, 동물적인 감각에서는 류 감독의 수비가 최고였다. 감독으로서도 경기를 풀어가는 모습을 보면 초보라는 말이 안 어울린다”고 칭찬했다.
이 대행은 “원래 고향은 강원도 철원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대구에 정착하면서 고향이 됐다”고 평소 잘알려지지 않던 얘기를 소개한 뒤 “어제 경기가 끝나고 대구 관중의 절반이 날 응원해줄 것이라 말했는데 농담이었다”고 느스레를 떨었다.
이 대행는 “당연히 대구 팬들은 삼성을 응원할 것”이라면서 “그래도 일방적으로 삼성만 응원하지 마시고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온 우리 팀도 격려해 주시기를 바란다”며 대구팬들에게 응원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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