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데까지 간 어느 막장 가족의 다양한 패륜 이야기
대덕문화전당 '너무 놀라지 마라' 21일 기획공연
이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놀랄 만한' 일이 뭐 그리 있을까.
대덕문화전당 '너무 놀라지 마라' 21일 기획공연
절망이 계속되다 보면 사람들은 정색을 하기보다 자조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연극 '너무 놀라지 마라'(박근형 작, 연출)는 갈 데까지 간 막장 가족의 다양한 패륜 행위를 소재로 한다.
사건을 묘사하는 방식은 매우 태연하고 뻔뻔한데 여기서 오는 ‘불편한 웃음’이 이 연극의 묘미다.
대덕문화전당은 기획공연으로 오는 21일 오후 5시 공연장서 연극 '너무 놀라지 마라'를 선보인다.
작품은 어느 소시민의 삶을 통해 이 시대의 가족애를 희비극적 요소를 결합시켜 표현한다.
영화감독인 남편은 자신의 작품을 영화화하려고 고군분투하지만 작업환경은 나아지는 게 없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아내는 매일 밤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며 어려운 가정을 꾸려나간다.
어느 날 아내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보니 시아버지는 유서 한통 남기고 목을 매 자살했지만 시동생은 아버지가 죽은 줄도 모르고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아내의 소식을 받고 집으로 돌아온 남편도 아버지의 시신 옆에서 시나리오 수정 작업만 계속할 뿐이다.
다시 밤이 되자 아내는 노래방으로 나서고, 남편은 탈고한 시나리오를 들고 영화사 대표를 만나러 가고, 시동생은 축 늘어진 아버지의 시신 아래에서 찬밥을 차려 먹는다.
이렇게 가족들은 아버지 곁에서 똑같은 일상생활을 계속하는데….
연극 '너무 놀라지 마라'는 한 인물의 시점으로 극을 끌어가거나 촘촘히 짜인 플롯을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이라는 1차 텍스트에 대한 설명보다 그것을 일그러뜨리고 비트는 재미를 맛보여주는 것이 이 작품의 콘셉트다.
극도로 절제된 소품, 허름한 무대, 서울패밀리의 '이제는' 같은 철 지난 유행가는 낙오된 자들의 체념과 절망을 강조한다.
저작권자 © 대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