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물길이 닫는 곳을 운하라고 하는데---
,대구논단> 물길이 닫는 곳을 운하라고 하는데---
  • 승인 2009.01.0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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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열 (한국정치평론가협회장)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경선후보로 나서면서 내놓은 정책안이 한반도 대운하다. 한강에서 낙동강까지 물길을 이어 큰 배가 다닐 수 있게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인 건설계획이 문서화되어 제시되었고 그에 따른 지도까지 나와 국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박근혜 후보와 시소게임을 연출하였지만 이슈를 선점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경선에서 이겼다. 물론 대운하를 선호하는 투표자가 많아서 이긴 건 아니다.

그러나 대운하는 대통령선거 본선에서 본격적으로 공방이 오고갔다. 당내경선에서는 정책 제시보다는 조직싸움이 더 앞섰지만 본선은 그게 아니다. 상대후보 진영에서는 집중적으로 대운하 구상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을 복원한 솜씨와 대운하 이미지가 맞아 떨어져 이명박 후보에게 크게 유리하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공방 끝에 이명박 후보는 압승을 거뒀다.

투표의 흐름만 가지고 본다면 이명박이 내세운 최대의 이슈였던 대운하 건설문제가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취임 후 대운하사업을 추진하는데 여론의 걸림돌이 없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금 국민의 대다수는 대운하에 대해서 머리를 외로 꼰다. 530만 표 차가나는 절대적 승리를 안겨줬던 국민이 1년도 되기 전에 가장 인기 없는 정책으로 대운하를 꼽는다.

일이 왜 이렇게 꼬였을까. 그것은 있지도 않은 광우병 쇠고기 문제에서 발원한다. 촛불집회를 기획하고 집행한 일부 단체들은 국민의 건강권을 지킨다는 허울 좋은 명분을 내세워 허위과장으로 자극했다. 인터넷과 좌파언론인이 동조했다.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호도하여 국민을 속였다. 쇠고기 협상을 주도한 사람은 하루아침에 역적으로 몰렸다. 추가협상으로 일이 풀릴 때까지 두 달이 넘게 흘렀다. 그 사이 이명박 정부는 곤두박질쳤다.

지금까지도 촛불족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바람에 대운하도 함께 잠겼다. 물에 잠겨야 할 대운하가 여론에 잠겼으니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그래도 정치의 기본은 치산치수다. 산에 나무가 많이 자라야 하고 강에는 물이 넘쳐야 한다. 나무와 물은 상호의존관계다. 사람이 살아가는 기본이 여기서 나온다. 우리나라를 가리켜 삼천리금수강산이라고 부르지만 UN에서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곧 물 부족국가가 된다는 우울한 소식이다.

환경단체에서 한 마디 하면 수십 년 전부터 계획했던 댐도 건설하지 못하는 포퓰리즘 정부에서는 먹고 마실 물을 공급하지 못하게 될 때 어떻게 하려는 것일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대운하로만 고집하다가는 제2의 촛불이 등장할 수도 있다. 그 대용이 4대강 정비다. 한강, 금강, 영산강, 낙동강의 물길을 넓고, 깊고, 크게 만들어 따로따로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대운하보다 훨씬 현실성이 높다.

이번 국회에서 14조원의 예산안도 통과되었다. 대운하와 달리 국민들의 불안감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내가 멱 감고 고기 잡으며 놀던 강인데 무엇이 겁나랴. 장맛비에 떠내려 온 모래가 하상에 너무 많이 쌓였다.

준설과 강변 둑을 보강하기만 해도 한결 돋보이는 강이 된다. 구불구불한 물길도 바로 잡고 둑도 보기 좋게 높이면 아무리 큰물이 져도 범람하는 일은 없을 게 아닌가. 폭우만 쏟아지면 모든 농사를 망치고 집도 무너지며 가축과 인명의 손실이 얼마나 컸던가. 이 문제가 단박에 해결된다.

한강종합개발에 의해서 상습 침수지문제가 해결된 실례(實例)를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4대강 정비 사업은 영산강과 낙동강에서 공식적으로 그 막을 올렸다. 그 중에서도 길이 면에서 가장 긴 낙동강 뱃길 프로젝트를 우선적으로 살펴보자. 1단계공사는 부산-밀양-창녕-대구-구미-상주-예천-문경을 잇는 288km이며 2단계공사는 대구(달성)-영천(75km), 예천(삼강)-안동(67km), 함안-진주(73km)다.

5천 톤급 선박운행이 가능하도록 수로폭도 100m에서 200m까지 확장할 예정이며 수심도 6~7m정도로 확보한다. 이 뱃길 사업이 완성되면 여객화물터미널만 35개소가 설치되고 교량을 재 가설하거나 개축하는 것만 27개소다. 이는 지역끼리의 경제교류를 활발하게 할뿐더러 관광과 내륙개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자연 상태 기능을 살리는 친환경공법이 사용되어 홍수, 수질, 물 부족 등이 일거에 해소된다.

운하라고 하는 것이 갑자기 나온 게 아니다. 물길이 닫는 곳을 이름 할뿐이다. 4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영국 일본도 운하가 발달되어 있다. 미국 프랑스 러시아 이집트 인도 중국 등 오대양 육대주에 걸쳐 운하 없는 곳은 없다. 한국에도 이순신장군이 만든 통영운하, 조선 인조 때 만든 안면운하 등이 있다.

이제 대운하가 아닌 소운하 사업이 시행되어 가뜩이나 경제난국에 처한 국민들의 아픈 곳을 어루만질 수 있게 된 것만도 반갑다.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비록 적은 일당이나마 챙길 수 있는 일자리가 확보되기를 빌 뿐이다. 지금은 실업자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긴급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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