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사회복지공무원은 뭔가 달라야한다
<대구논단> 사회복지공무원은 뭔가 달라야한다
  • 승인 2009.03.17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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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지방자치연구소장, 영진전문대 명예교수)

공무원의 부정·부패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난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의 복지비 횡령사건은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많은 횡령액수도 그렇지만 불쌍한 사람들에게 돌아가야 할 생계비를 중간 착복했거나 유령으로 수급자를 만들어 국가 등 상급 단체로부터 복지예산을 타 내고 그 돈을 따로 빼내 착취한 것은 용서 못할 처사다.

언론에 공개된 복지비 횡령사건을 살펴보자. 지난달 서울 양천구의 8급 공무원이 3년여에 걸쳐 장애인 보조금 액수를 부풀려 26억여 원, 용산구청 8급 여성공무원 역시 장애인에게 돌아갈 1억1700여만 원을 횡령했고, 전남 해남의 7급 여성공무원이 5년간에 걸쳐 야금야금 빼 먹은 10억 원, 강원도 춘천시청 공무원이 저소득층과 노인, 장애인 등에게 돌아갈 돈을 자기 통장의 돈처럼 빼 먹었다.

지방자치제가 부활·도입된 후 공무원들이 좀 친절해졌다는 것은 실감하고 있다. 공무원들의 친절도가 높아진 만큼 업무처리도 깨끗해졌을 것이라고 믿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사회복지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이른바 사회복지사라는 전문직의 신분으로 그들이 복지대상자라고 일컫는 클라인트에게 돌아갈 복지예산을 횡령·착복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시·군·자치구 또는 읍·면·동에서 복지업무를 담당하는 사회복지직공무원은 전문대학 이상의 학교에서 사회복지학을 수학하고 사회복지사의 자격을 갖춘 자들이다. 그들은 일반 행정직에 비해 사회복지라는 특수영역에서 일하기 때문에 전문가라는 자부심을 갖기도 한다. 문제의 복지공무원들은 대학에서 휴먼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사회복지의 기본철학을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을 것이다.

삯군이 되어서는 안 된다, 복지대상자의 인권을 존중해라, 복지수혜의 결정방법은 클라인트가 하도록 해라 등 등.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그런 그들이 관료의 나쁜 행태를 있는 데로 다 배우고 종내는 복지비에까지 검은 손을 댔다는 사실이다.

전국 400여개의 대학에서 국가시험 없이 전공 학과목만 이수하면 사회복지사 자격을 얻게 되고 해마다 수많은 사회복지사들이 쏟아져 나오는 현실과 사회복지직 공무원을 객관식 시험으로만 뽑는 현실에 비추어 소양을 갖춘 사회복지사를 기대하는 것이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나 사회복지사를 배출하는 대학에서 인간 교육이 필수적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비리 공무원 자신도 문제지만 그 공무원을 감독하는 위치에 있는 감독자들의 무사 안일한 태도가 더 큰 문제다. 공무원 노조가 생긴 뒤 상급자의 감독이 느슨해 진 것은 누구도 부인치 못할 것이다. 시·군·구나 읍·면·동에 주로 배치되어있는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은 한 자리에 너무 오래두지 말고 1년 마다 순환 배치하는 방안도 고려해 봐야 한다.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가족부에서 금년 내로 일선행정체계 개편, 민간복지 전달체계 개편 등 사회복지전달 체계를 대수술한다는 말도 있지만 지방자치라는 틀에 지나치게 무게를 두거나 수급자의 개인정보 보호라는 잣대에 치우치게 되면 문제의 불을 끌 수 없을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사회복지예산을 잘 관리하려면 지금처럼 연간 수십억 원의 돈을 읍·면·동사무소의 말단 직원이나 구청 공무원에게만 맡겨서는 안 되고 집행에 관한 연대책임을 감독자에게까지 무는 제도를 강구하는 것이 옳다.

공무원들이 가장 겁내는 것은 감사전문기관으로부터 철저한 감사를 받는 일이다. 지방자치제다, 지방의회가 행정감사를 한다, 같은 감사가 되풀이되어 낭비적이다 별말들이 공무원들의 입에서 나오지만 국민들이 내는 세금을 잘 지키려면 행정안전부의 정기 감사나 감사원의 특별감사가 강화되어야 한다.

이번의 몇몇 시·군·자치구 사회복지직공무원들의 복지예산 횡령사건이 빙산의 일각이 아니기를 바란다. 줄줄 새고 있는 복지예산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큰 만큼 전국의 모든 기초자치단체의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사회복지 지출예산에 대한 전반적인 특별감사를 실시하여 국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를 기대한다.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은 이미 터진 횡령사건을 남의 일로만 봐서는 안 되고 공동수치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유는 사회복지직은 그 속성상 다른 직렬의 공무원과 뭔가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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