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시론>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위기 극복의 힘이 된다
<팔공시론>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위기 극복의 힘이 된다
  • 승인 2009.03.1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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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로 (계명대학교 국제학대학 중국학과 교수)

오랜만의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영화관을 찾았다. 소문으로만 듣던 `워낭소리’ 라는 독립영화였다. 작가에 의해 미리 준비된 각본도 없었고 세상이 알만한 유명한 배우가 출연하는 것도 아니었고 화려한 볼거리가 있는 세트장도 없었다.

어느 평범한 시골 농촌의 팔순 노인 부부와 마흔 살의 늙은 소 한 마리와의 벽을 뛰어넘는 사랑이 줄거리였다. 죽어 가는 늙은 소의 모습에서 안타까움과 슬픔을 느끼기도 하였지만 1시간 남짓의 상영시간 내내 따뜻한 정이 오고 가는 영화로 기억된다. 할머니의 토속적인 사투리가 영화의 맛을 더 구수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이 영화는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보여주었다. 영화의 초점은 늙은 소와 노인 부부 사이의 투박한 사랑에 두어져 있었지만 그들 사이에 오고가는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농촌 풍경과 함께 잔잔한 감동으로 전해져 왔다.

비록 말 못하는 한 마리의 짐승이지만 노부부와 오랫동안 즐거움과 고난을 함께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정이 진하게 묻어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도시에서 자라나서 농촌의 삶을 경험하지 못한 청소년들에게는 자막만큼이나 생소해 하는 것 같았다. 재미없다는 반응은 그 때문일 것이다.

공자는 다른 사람에게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이것을 실천하는 사람이야말로 이상적인 인간이라고 정의하였다. “어진 사람은 자기가 얻기를 원하는 것을 남이 얻도록 해 주고, 자기가 이루고 싶은 것을 남에게 이루게 한다(夫仁者,己欲立而立人,己欲達而達人)” 라고 했으니 이것은 적극적으로 타인을 배려하는 것이다.

소극적으로는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남에게 시키지 말라(己所不欲,勿施於人)“ 라고 하였다. 자기가 싫어하는 일은 남도 싫어할 터이니 남에게 시키지 않는다는 것도 어질다고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말 못하는 짐승에 대한 노부부의 배려하는 마음은 이보다 더욱 아름다웠다.

과거 농경문화의 뿌리 깊은 전통을 갖고 있는 우리의 삶에서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은 생활의 기본이었다. 여유가 있어서 없는 사람을 위해 베푸는 마음도 아니었고 남이 시켜서 양보하는 것도 아니었다.

오랜 세월을 한 마을에서 살아온 농경민족들에게 이웃을 신뢰하고 배려하는 것은 생활 그 자체였다. 이웃에 대한 배려는 직장이나 사회생활에서도 그대로 확대 적용되었다. 하지만 산업화와 경쟁 사회로의 변화 속에서 그 마음은 점차 희미해졌고 사라져갔다.

늙은 소에 대한 노부부의 사랑은 우리가 지금껏 잊고 있었던 이웃에게 배려하는 마음을 되찾아 주었다. 지금처럼 경제 위기를 맞아 고용 상황의 악화로 감원과 퇴출이 불가피하게 되었을 때 그동안 잊고 지내던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되살아난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것이다.

취업을 앞둔 청년들과 재취업이 절실한 취약 계층을 위하여 전개되는 일자리 나누기 운동이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의 표현임이 분명하다. 이웃의 어려움을 배려하는 우리 마음이 노사 화합과 사회 통합으로 확대되고 있다. 서로의 양보와 배려를 통해 사회 공존의 분위기가 성숙된다면 직장에 생기가 돌기 시작할 것이고 아무 상처 없이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친구가 경쟁 상대가 되고 직장에서는 동료가 적이 되는 세상이다. 심지어 형제들조차도 경쟁 상대가 되는 때도 있다. 이러한 풍조 속에서 사라졌던 우리의 배려하는 마음은 이번 경제 위기를 맞아 다시금 도약의 발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웃의 아픈 마음을 위로하고 상처를 치료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새롭게 일어설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얻게 한다.

가난한 노부부가 말 못하는 늙은 소에 대해 베푸는 사랑이 경제 위기를 맞아 고통과 아픔을 겪고 있는 동료와 이웃에 대한 우리의 배려하는 마음으로 널리 퍼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과 용기는 서로를 배려하는 우리들의 사랑에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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