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감으로 형사할 시대는 지났다"
"사명감으로 형사할 시대는 지났다"
  • 천혜렬
  • 승인 2009.01.0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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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사명감만으로 형사를 하는 시대는 갔어요.”

과중한 업무와 비현실적인 지원체계의 벽에 가려 ‘경찰의 꽃’ 형사가 시들고 있다.

수년전부터 기피 부서로 전락한 형사 파트 경찰들의 개선되지 않는 근무 환경이 대규모 수사경과 해제 신청으로 이어지면서 형사과의 인력부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1일 대구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대구경찰청과 일선 경찰서는 2일까지 수사 및 확대부서 수사경과자를 선발하고 기존 수사경과자에 대한 경과 해제 신청을 접수받는다.

이번 선발공고를 통해 경찰은 여성청소년수사나 지하철경찰대수사, 외사수사, 교통조사 부분 지원자를 신청 받고 현 수사경과자 중 일반경과자로의 전과 희망 신청도 받는다.

이 결과 그동안 과중한 업무와 턱없이 부족한 지원체계, 불안정한 신분보장 등에 불만을 갖고 있던 형사들의 수사경과 포기신청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형사들은 각종 집회와 시위현장 출동은 물론 미아 등 실종인 수색에도 동원되고 5~6일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당직근무 등 격무에 시달리면서 ‘3D 업종’으로 인식되고 있다.

수사경과를 포기한 A 경찰서의 한 형사는 “지난해 수사와 관련된 소송에 4건이나 휘말려 재판에 나가야 할 판이다”며 “업무량이 10년 전보다 5배는 많아졌지만 업무와 관련된 기본적인 신분보장은 전혀 기대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B 경찰서의 한 형사도 “수사지원금이나 활동비 등을 현실화해야 한다”며 “휴일도 없이 근무하면서 사비를 털어서 일하고 있는 형편이다”고 귀띔했다.

베테랑 형사들조차 초임시절에 다짐했던 긍지와 사명감은 없어진지 오래됐다고 한탄하는 분위기다.

상부의 ‘실적평가’도 형사들을 옥죄고 있다.

13년차 김모 형사는 “며칠 전에 출근하는데 애들 엄마가 ‘형사짓 계속 하려면 이혼부터 하고 해라’며 으름장을 놓더라”며 “가정적인 남편과 아빠가 되기 위해 수사경과를 포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개선되지 않는 형사들의 처우에 한개 팀에서만 2~3명, 강력범죄수사팀의 절반 이상이 수사경과 포기를 고민하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형사를 포기하려는 사람은 많아도 지구대나 다른 부서 직원들은 강력범죄수사팀으로 들어오려고 하지 않는다”며 “총체적인 근무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이상 앞으로 형사 기피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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