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울음이
머물던 창가
달려오던
햇살이 졸고 있다
겨울이
정복했던 땅에
아지랑이 찾아와
미소를 삼킨다
울타리마다
노랑 꽃등이 걸리고
입술 내민 진달래
돌틈 사이
초록깃발을 올린
어린 눈망울.
▷『스토리문학』신인상 시부문 당선,『문학예술』신인상 수필부문에 당선되기도 한 시인 겸 수필가이며 현재 한국문인협회, 한국문학예술가협회 회원, 글빛 동인으로 서울에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시집으로「문 앞에 서있는 가을」등이 있음.
자고로 봄은 생명과 희망의 계절로 상징된다. 봄이라는 한자의「春」자도 뜯어보면 艸(풀초)아래 屯(모을둔)자를 놓고 여기에 日(날일)자를 받친 글자다. 풀이를 한다면 풀이 무더기로 움터나오는데 햇빛이 비추이는 때가 바로 봄이다. `목울음이 / 머물던 창가 / 달려오던 /햇살이 졸고 있다’는 봄은 일 년 중 졸음을 데불고 오는 안온한 절후이다.
시인은 `겨울이 / 정복했던 / 땅에 / … / 울타리마다 / 노랑 꽃등이 걸리고 / … / 돌틈 사이 / 초록깃발을 올린 / 어린 눈망울’들이 봄길을 열어가고 있음을 노래하고 있다.
시인의 봄은 아지랑이의 미소를 포착하고 있다. 봄철만큼 많은 꽃이 피는 절후는 없다. 봄은 시인의 표현대로 음울한 겨울이 물러간 이 세상 모든 곳에 `꽃등’을 걸어 사람들의 마음을 밝고 향기롭게 가꿔준다.
어느새 산새가 지절대는 양지바른 산골짜기에는 봄풀이 앞다투어 돋아난다. 그런 봄나절에 얼굴을 내밀고 있는 `초록깃발을 올린 / 어린 눈망울’은 오늘 우리와 함께 시인이 주목하고 있는 최고의 선(善)이기도 하다.
이일기 (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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