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신정땐 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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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1.19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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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양력 설 땐 해보고, 음력 설엔 달보며 소원빌어보자

양력 설 때 동해바다나 높은 명산에 올라 ‘해맞이’를 했다면, 음력 설엔 둥근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이들이 늘기 시작했다.

음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날인 섣달 그믐과 정월 초하루는 시계와 날짜가 명확히 바뀐다.

과거 양력 설이 없던 시절엔 새벽녘에 닭이 울 때까지 잠을 자지 않고 새해를 맞이했다.

이 날 밤엔 ‘잠자면 눈썹이 센다!“는 협박(?) 때문에 윷놀이나 화투를 치면서 밤새 놀았고, 감주나 호박엿 등을 즐겼다.

섣달 그믐날은 한 해를 결산하는 마지막 날이기에 밀린 빚이 있으면 이날 안에 갚고, 그러지 못하면 정월 보름 이전에는 빚 독촉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라며 양력 설보다 음력 설을 지키는 것이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 또는 심리적 독립운동으로 여겼던 일제시대가 있었다.

그토록 푸대접받던 음력 설이 1985년부터 ‘민족의 날’로 제정돼 하루 휴무로 격상됐다.

이어 민주화가 이뤄진 1989년 ‘구정’은 ‘설날’이름을 다시 얻어 국민에게 되돌려졌다.

100년 양력설에 밀려 숨어 쇠던 진짜설이 명실상부한 민족의 명절로 재탄생한 것이다.

전래의 미풍양속까지 정부의 지침과 규제로 밀어붙이는 일이 더 이상 불가능해진 지금은 달에게 소원을 빌어보는 여유도 가져보자.

양력 설이건 음력 설이건 신년의 상징코드는 새로움이다.

사실 다를 것도 없는데 뭔가 좀 새롭고자 애를 쓰고 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일제 강점기와 근 현대화 격동 속에서 때론 탄압받고, 이름마저 빼앗겼던 ‘설’.
아무리 핵가족·다문화·세계화로 시대가 급변하고, 매년 양력달력에서 날짜가 변해도 음력 정월 초하룻날인 사실 만은 변하지 않고 있다.

‘흑룡’이 제대로 꿈틀거리며 용천을 준비하는 이날 행복과 감동이 있는 옛 설날 맛을 제대로 느껴보며 소원을 빌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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