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엄지족이 떴다"
"어르신 엄지족이 떴다"
  • 김도훈
  • 승인 2009.03.23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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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노인복지관 휴대전화 활용 교육
문자보내기, 전화번호 저장 등 실용적
“여기 이 글자가 아닌데…이거 잘 안 되네, 허허.”

김인득(65·북구 관음동) 할아버지는 휴대폰 문자메시지 보내는 방법을 배우는 중이다.

“휴대전화기를 사용한지는 여러해 됐지만 그냥 전화만 하지 젊은 사람들처럼 문자 보내는 것은 못했지. 그래서 이참에 나도 한번 배워 볼라고”

침침한 눈을 부비며 문자판을 오른손 엄지손가락으로 꾹꾹 누른다.

앞에는 어르신들이 쉽게 배울 수 있도록 문자판이 크게 인쇄된 복사물이 놓여 있다.

어르신들은 이것저것 궁금한 것도 많다.

‘질문하는 학생’들 통에 선생님의 몸은 서너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몇분이 지났을까. 맨 앞줄에 앉은 김태연(72·북구 관음동) 할머니의 휴대전화기에서 ‘딩동∼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란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김 할머니의 입가에선 웃음꽃이 폈다.

“복지관 관장님께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란 문자를 보냈는데 관장님이 답장을 보내왔지 뭐야. 이것 보라고, 하하하.”

김 할머니가 보여 준 휴대전화기에는 이복우 강북노인복지관장이 보낸 ‘네, 감사합니다. 잘 하셨습니다.’란 문자가 적혀 있었다.

“해보니깐 그렇게 어렵지 않네. 요즘 신식 할머니 소리 들으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 이제는 손주한테 문자도 보낼 수 있겠어, 호호호…. 휴대폰이 아주 재주꾼이야.”

어르신들에게 휴대전화기 문자메시지 사용법을 가르치기 위해 지역 한 복지관과 통신업체가 나섰다.

대구시 북구 강북노인복지관은 지난 9일부터 정보소외계층인 지역 노인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정보화교육’을 운영 중이다.

23일 오후 강북노인복지관 컴퓨터교실에서는 지난 9일에 이어 두 번째 ‘휴대전화기 활용교육’이 열렸다.

이날 교육에는 60~80대 할아버지 할머니 25명이 참가했다.

지난 첫 교육 때 어르신들의 참여도가 너무 높아 하는 수 없이 이번 교육부터는 인원을 25명으로 제한했다는 복지관 관계자의 설명이다.

교육은 맨투맨 식이다.

선생님은 KT 직원들로 구성된 정보화교육 무료봉사단인 ‘IT서포터즈’.

이날 강사로 참가한 김선동·이상진·이용희씨 등 3명은 문자메시지 보내기, 사진·동영상 찍기, 전화번호 저장하기 등 생활 속에서 필요한 휴대전화기의 다양한 기능을 어르신들에게 가르쳤다.

이번 교육은 휴대전화기 활용 교육뿐만 아니라 찾아가는 휴대전화기 무상점검, 문서작성 및 인터넷 교육, PC방문점검 등 다양한 내용으로 진행된다.

이복우 강북노인복지관 관장은 “휴대전화·컴퓨터 등 IT기술은 실생활에 다양하고 편리하게 사용되는데도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어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어르신 들이 많다”며 “이번 교육을 통해 지역 어르신 누구도 소외되는 일 없이 가족·친구들에게 문자도 보내면서 세대간의 소통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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