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주변 '불량식품' 발 못 붙인다
학교 주변 '불량식품' 발 못 붙인다
  • 천혜렬
  • 승인 2009.03.23 23: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 시행 첫날
23일 오후 대구 모 초등학교 앞.

방과 후 교문을 나서는 학생들이 학교 앞 문구점을 기웃거린다.

학생들은 ‘오늘은 뭘 먹을까’ 고민하듯 팔짱을 끼고 좌판을 둘러보고 있다.

무리들 속에 끼어 있던 조모(10)군이 선택한 과자류는 ‘쫄쫄이’. 조군은 고사리 손으로 주머니에서 500원짜리를 꺼내 ‘쫄쫄이’를 들고 주인아저씨에게 다가갔다.

막대기 모양으로 설탕이 첨가된 과자류를 집어든 다른 학생도 값을 치르자마자 제품을 개봉하기 바빴다.

조군은 “용돈은 대부분 군것질 하는데 쓴다”며 “먹어도 배가 안 아프면 되는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다른 학생들은 문구점 옆 노점에서 팔고 있는 정체불명의 음료수를 받아 들고 있다.

축구공과 재킷을 들고 반소매 티셔츠 차림의 한 학생에게 “맛있냐”고 물었다.

이 학생은 “축구하고 나서 슬러시 한 컵 먹으면 얼마나 시원한데요. 아저씨도 한번 먹어 봐요”라고 오히려 권했다.

학교 앞에는 ‘불량식품’으로 통하는 정크푸드가 여전히 인기다.

학생들은 학교 앞 문구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고열량 저영양 식품을 손에 들고 즐거워한다.

그러나 앞으로 이런 광경은 사라질 전망이다.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지난 22일부터 전국의 모든 초·중·고 주변 200m 구역이 ‘어린이 식품안전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구역 내에서 정크푸드(고열량 저영양 식품) 판매가 금지됐다.

판매 금지된 식품은 과자나 초콜릿·아이스크림의 경우 열량 500㎉ 또는 포화지방 8g을 초과하는 제품이나 햄버거·피자 등의 식사를 대신할 수 있는 식품의 경우 1회 제공량당 열량 1천㎉ 또는 포화지방 8g을 초과하는 제품이다.

학교 주변 분식점 등에서 볼 수 있는 떡볶이나 튀김류 등은 영양 기준치가 마련되지 않아 대상에서 제외됐다.

자발적으로 고열량 저영양 식품을 판매하지 않는 업체는 ‘우수판매업소’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이들 업소는 시설 개·보수비용을 융자받는 등의 혜택을 부여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우선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에 대한 홍보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

이날 몇몇 학교 앞 문구점을 둘러본 결과 정크푸드는 여전히 진열대를 채우고 있었다.

문구점 업주 강모(여·58)씨는 대뜸 “그게 무슨 법이냐”고 되묻고는 “애들 코 묻은 돈 받아서 먹고 살겠다는데 왜 그런 법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또 다른 학교 주변 문구점 업주도 “그런 법이 있다는 것을 듣긴 들었는데 아직 구청으로부터는 별다른 말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행정기관은 단속보다는 계도 위주의 활동을 벌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모 구청 관계자는 “고열량 저영양 식품을 규정하는 세부규칙이나 시행령이 마련되지 않아 단속 보다는 홍보활동에 주력할 방침”이라며 “단속은 지침이 내려오는 대로 다음 달부터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