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을래
너를 만나면
뜨는 무지개
부드럽게 휘어지며
내게로
가슴에 꽃이
꽃이 피었네
다녀간 창문이 열려 있고
열매, 열매가 맺히네
곁에서 울리는 목소리, 아하
나는 풀이란다
알 듯
모를 듯
은밀한 비밀
창문만 열리면
속삭임만 스치면
산도
들판도
싱싱하게 일어서는
신비한 비밀이란다
▷충남 당진 출생. 국제대 및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졸업. 1983년『한국일보』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 경기여고 교사. 시인은 생활 주변의 평범한 것들 속에서 작지만 따뜻하고 진실한 것을,
사라져 가는 소중한 것들에게 애정의 눈길을 보내며, 처음에는 물을 주로 노래했으나 나무와 기독교적 이미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자평한바 있다.
이 시에서 `물의 비밀’은 `알 듯 / 모를 듯 / 은밀한 비밀’로 표현되고 있다. 물은 맛도 없으면서 빛깔과 향기도 없으나 땅에서 가장 투명한 순수의 결정체로서 만물의 목마름을 적셔주는 것이 물이다. 물은 생명에 필요한 것 이상으로 생명 그 자체이다. 그래서 물은 화자의 노래처럼 `산도 / 들판도 / 싱싱하게 일어서는 / 신비한 비밀’의 존재인가 싶다.
이일기 (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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