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말들이
심연으로
심연으로
가라앉으면
맑은 물이
어둠을 비추고
형상을 비추어
슬퍼지리라
슬픈 물결에 어린
제 그림자을 들여다보면서
흐르는 말들은
끝없이 흐르고
남는 말들은
또다시
심연으로
심연으로
가라앉으리라
가라앉으면서
꿈을 꾸리라
꿈은 슬퍼지리라
▷전남 목포 출생. 1964년『조선일보』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 시집으로「우리들을 위하여」(1976), 「작은 마을에서」(1983),「겨울꽃」(1985),「겨울 깊은 물소리」(1987) 등이 있다.
시인은 `작은 것을 아름답다’라고 말한다. 그 작음은 원근법적인 가치가 부여된 세계이다. 따라서 그 작음은 단순한 작음이 아니라 의식화된 작음이다. 이같은 면은 그의 특유의 섬세한 시각과 부드러운 성조聲調와 더불어 그의 후기 시에 일관되게 흐르고 있다.
이 시를 읽노라면 말결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말이 `심연으로 / 가라앉으면 / 맑은 물이 / 어둠을 비추고’ `흐르는 말들은 / 끝없이 흐르고’ 남은 말들은 심연으로 가라앉으면서 꿈을 꾸리라 한다. 시가 지닌 말결의 아름다음을 보여주는 시편이다.
이일기 (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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