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밑 반달 같은 세상
무엇 하나 제대로 가지지 못해
서럽고 억센 나날들
힘 있는 자, 매일 두 눈 부릅뜨고
세상 길목마다, 거리마다 지켜 서서
온전한 내 정신, 내 육신 끝없이 강탈하면
무엇 하나 강하지 못한
약골인 나는
곧은 뼈만으로는 살 수 없어
가슴에 칼 하나 품는다
무섭고 서러워진 세상에 살아남기 위해
내 낯빛 같은 칼 하나 흔적 없이 품는다.
“칼을 갈아 자신을 지킬 거야.
날 선 칼날에 선명한 피 한 방을 묻혀
자신을 지킬 거야.“
▷경남 진양 출생. 진주에서 성장. 창원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1994년『순수문학』신인상 당선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회원. 시집으로「길 하나 등을 굽히고」(1996) 등이 있다.
시인은 `시는 나에게 있어 첫째로 자아와 세계와 대립된 갈등과 고뇌를 통해 삶의 본질에 도달하고자 하는 행위이다’며 `조악하고 모순된 또 다른 자아에 대한 준열한 비판을 통해 삶의 진실을 지키고자 노력한다’고 말하고 있다.
현대인이 겪고 있는 사회의 비리와 비정을, `곧은 뼈만으로 살 수’ 없음에 대한 자기 보호와 방어의식을 시로 표출하고 있다.
이일기 (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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