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거름 녘에
따뜻하게 깃을 접은
어미 해는
누군가를 기다린다
비 내리는 개울 가
청개구리 울음은
서럽고 차갑지만
풀 죽은 새는 끝내
떠나지를 못한다
돌아갈 둥지가 없는
한 마리 해오라기
외발의 고독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은 행복하다
1929년 경남 밀양 출생. 1960년 `자유문학’ 추천(김광섭)을 통해 등단. 1960년대에 활발한 작품활동과 함께 합동시집 『석화(石花)』 4집 및 『터키에서 만난 동서문명』등 문학저서 외 국학논저와 한문고전의 역주서 등 다수 외 저서가 있음. 시선집『세한의 소나무』가 있다.
시인이며 극작가로서 현 예술원 회원인 신봉승은 이운성 시인의 시를 가리켜 `한 때 우리시단에서 신선하게 주목을 받았던 주지적 서정이라는 회고적 향기가, 세한도를 대하고 있는 듯한 조선 선비의 깨끗한 심상을 그의 작품에서 함께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시인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은 행복하다’고 한다 사람의 생애란 그 자체가 기다림이 아닌가. 하나 기다림은 아름답고 슬픈 것이기도 하다. 희망과 절망이 그렇고 성취의 오늘과 내일의 종언이 또한 그러하지 아니한가.
이일기 (시인`문학예술’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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