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 김부겸과 메기
<달구벌 아침> 김부겸과 메기
  • 승인 2012.04.1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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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 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4.11 총선이 끝났다. 대구에서는 새누리당이 12곳 모두 이겼다. 민주통합당은 단 한 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했다.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민주통합당 사람들 만이 아니다. 야당 국회의원 한 명은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 아닌가? 민주통합당을 지지하지 않은 시민들 조차도 그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이상하다고 할 정도로 야당에 대한 호의가 힘을 얻었다. 야당을 괴롭혀온 지역주의나 색깔론이 여전히 존재하기는 했지만 과거처럼 그렇게 극성스럽지는 않았다. 오히려 야당의 역할론이 부각되었다. `메기론’이 그것이다. 메기가 한 마리 있으면 미꾸라지들이 긴장을 해서 엄청나게 활동적이 된다는 것이다. 야당 국회의원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그것이 여당 국회의원들을 자극해서 더 열심히 일하게 만들 것이라는 얘기다.

대구 지역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활력을 잃어버린 것은 정치적 독점 현상 때문이라는 얘기가 널리 퍼졌다. 그 동안 이 지역은 하나의 정당에 대해 `묻지 마 지지’를 해 주었기 때문에 이 지역을 대표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나태하고 무책임해 졌다는 것이다. 평소 보수적 성향을 가지고 있었던 신문 방송들까지 이런 주장을 공공연하게 내세웠다. 재미있는 현상이었다.

`야당 의원 한 명 정도는’이라는 구호가 시민들의 입을 타게 된 것은 기본적으로 이 지역 국회의원들에 대한 실망감이 컸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여기에는 김부겸 민주통합당 후보의 등장이 큰 몫을 하였다. 김부겸 후보의 수성구갑 출마는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왜냐 하면 그는 경기도 군포 지역에서 국회의원을 세 번이나 지내고 그곳에서 출마하면 또 당선이 가능한 상황에서 기득권을 버리고 대구 출마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당선이 보장 된 곳을 던지고 십중팔구는 낙선할 지역에 출마하겠다는 것은 보통 사람의 생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구 지역 정치에 뭔가 활력을 만들어 내기 위해 그런 결단을 했다는 김부겸 후보의 말은 진정성을 얻었다. 김부겸 후보의 겸손하고 부드러운 자세는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었다. 그는 정권심판과 같은 야당이 내세운 `전선론’ 보다는 민생과 지역발전 공약을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인물론’을 강조하였다. 시종일관 그가 주장한 것은 `메기’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선거 결과 김부겸은 40.42%를 얻어서 52.77%를 얻은 새누리당 이한구 후보에게 패배했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패배’라는 말로 그를 위로하고 있다. 그 말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그의 헌신성과 진정성 그리고 성실성에 대한 `인정’으로 들린다. 앞으로도 그가 이 지역에서 계속 메기 역할을 하라는 격려로도 들린다. 김부겸은 국회의원 뱃지를 달지 못했지만 대구를 떠나지 말고 주민들과 고락을 함께 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2008년 국회의원 총선거 때 유시민이 수성을에 출마했다가 낙선하자 대구를 훌쩍 떠난 것에 대한 섭섭함이 야당 지지자들 사이에 있는 터라 김부겸은 더더욱 선거 기간 동안 자신이 했던 말을 지켜야 한다.

김부겸과 같은 훌륭한 야당 지도자가 지역을 위해 계속 일을 한다면 그것은 이 지역 출신 여당 정치인에게 큰 자극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막대기를 꽂아도 당선이 되는 상황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게 될 지도 모는다. 사람들은 김부겸에게 그가 주장했던 메기의 역할을 계속 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김부겸이 메기가 되겠다고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그와 그가 속한 정당을 지지하게 될 것이고 그와 경쟁하는 정치인과 정당에게는 더 많은 분발을 촉구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결국 대구의 발전으로 귀결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누가 알겠는가. 메기가 여의주를 문 큰 용이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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