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 극장은 봉사해야 한다.
<달구벌 아침> 극장은 봉사해야 한다.
  • 승인 2012.04.16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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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묵(수성아트피아 관장)

대한민국 극장은 누구 것인가? 특히 국가나 자치단체에 의하여 설립된 극장은 누구의 것인가? 생각할 것도 없이 국민의 것, 혹은 시민의 것이라는 답을 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대한민국 극장은 누구 것인가,라고 묻는 물음에는 소유의 개념이 아니라, 누구를 위하여 봉사할 것인가 하는 목적성에 대한 탐색이 담겨있다. 그리하여 다시 묻는다. 대한민국 극장은 누구를 위하여 봉사해야 하는가? 극장의 조직, 공간, 콘텐츠, 기타 활동의 지향점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우선 대한민국 극장은 관객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

꿈의 생산 공장인 극장으로 찾아오는 관객들은 그 각각이 잠재된 꿈의 실현을 기대하고 있다. 연극 속 주인공처럼 역경을 이기고 자아를 찾는 꿈, 아름다운 무희의 움직임처럼 지구 중력으로부터 벗어나고픈 꿈, 가슴을 적시는 노래처럼 사랑하고 사랑받고픈 꿈, 그 모든 꿈이 무대를 통해 관객에게 전달되고, 그 전달된 감동이 관객을 행복하게 한다. 이러한 잠재적 꿈의 실현과정을 우리는 훼방하거나 감소시켜서는 안 된다.

그 과정의 시작은 공연의 정보를 입수하고 티켓을 구매하는 것으로부터 관람이 끝나고 극장문을 나서는 데까지 이어진다. 이러한 일체의 과정이 조심스럽고 정성스럽게 관리되고 제공되어야 한다. 유리구슬처럼 혹시라도 깨어질까 살펴보고 또 살펴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극장을 통해 소망하는 꿈은 연약하고, 구현되는 꿈은 현실이 아니니까.

그리고 대한민국 극장은 이용자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 이용자라 함은 무대에 오르는 연기자, 성악가, 연주자, 무용수를 의미하며, 또한 그 출연자들을 돋보이게 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기획자, 연출자, 디자이너, 스텝 등을 의미한다. 이들이야말로 꿈의 생산 공장인 극장의 참된 일꾼들이다. 이들이 행복해야 관객도 행복할 수 있고, 이들이 만족해야 관객도 만족할 수 있다. 이들의 목소리, 표정, 움직임은 꿈의 전령이고, 신호이며 기호이다.

우리 극장은 그들의 그러한 신호 발신을 훼방해서는 안 된다. 최적의 조건에서 최선의 상황에서 그들의 꿈의 신호체계가 완성될 수 있도록 최대한 봉사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신호는 다소 불분명할 때도 많고, 부족할 때도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의 신호를 임의로 증폭시킬 수는 없으나, 감퇴시켜서는 절대 안 된다. 관객은 극장을 기대하고 오기 때문이다. 좋은 극장은 바로 그러한 기대에 부응하는 극장이다.

또 대한민국 극장은 지역사회에 봉사해야 한다. 극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지역사회가 자부심을 느끼고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 극장은 고대 유럽시대부터 지역의 최대 상징물이다. 수많은 왕과 귀족이 자신의 이름과 문장(紋章)을 새긴 극장을 세운 까닭은, 역설적으로 자신의 이름이나 문장이 가치가 있어서가 아니라, 가치 있게 만들기 위해서다.

그리고 수많은 예술가들을 동원하여 높은 수준의 공연예술을 공급한 것은 예술 그 자체를 사랑해서도 있겠지만, 극장이 주는 정치적 효과를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스와 로마, 르네상스 이후 실내극장이 세워지는 과정을 보면 안다.

그러나 이제 역으로 현대사회에 극장은 특정 권력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지역사회를 위하여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수준 높은 공연을 생산하는 기지로서 극장이 자기 지역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끼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구체적으로 그 역할이 필요하다. 단순히 공연물을 공급하는 것에서 벗어나, 지역민들의 창의적 활동을 선도하고 장을 만들어줘야 하며, 소외된 계층을 위한 행복 메시지를 발신해야 한다.

또한 미래세대에게 가치 있는 꿈에 대한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그로 인하여 극장과 그 주변의 사람과 사회가 하나 되는 꿈을 꾸어야 한다. 이와 같이 극장은 꿈의 생산 공장으로서, 모두의 꿈이 실현되고, 완성될 수 있도록 봉사해야 한다. 아주 조심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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