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가 29일 밤늦도록 비공개회의를 열어 전날 실시한 정밀여론조사에서 정 전 의원이 무소속 정수성 전 육군대장을 다소 앞서는 것으로 조사돼 이 같이 결정한데 이어 30일에는 당 최고위원회에서 이를 확정한 것이다. 이로써 전국 재보선 지역 가운데 가장 큰 관심사였던 경주지역이 정리된 셈이다.
당초 경주 재선거에는 모두 16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는데 이 가운데 한나라당 8명 무소속 5명 민주당 2명 자유선진당이 1명일 정도로 과열된 상태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후보가 결정됨으로써 여론지지도가 미미한 후보의 자퇴가 예상되고 있다. 경주지역을 위해서도 후보난립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역발전을 위한 일꾼을 뽑아야 할 재보선이 정쟁으로 덧칠되는 것은 극력 피해야 한다. 하지만 두 사람에 대한 여론조사결과가 근소한 차이였다고 하니 불씨를 완전히 잠재울 수 있을지 염려된다. 선거전 초반부터 형성된 친이 성향의 정종복 후보와 친박 성향의 무소속 정수성 후보 간 대결구도는 피해 갈 수 없게 된 것이다.
더욱 지난해 총선처럼 친박모임이 한나라당 후보의 낙선운동에 나서고, 박근혜 전대표가 정수성씨를 지원하는 분위기를 띄운다면 한나라당은 재보선이 아니라 당 분열이라는 극한 상황을 또다시 맞게 된다. 경제위기극복이라는 지상과제를 해결해야 할 집권여당으로서 가장 염려해야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보도된 그대로 경주는 영남권 중에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여론이 높은 지역이다. 반면 직전 지역구 의원인 정 전 의원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평이 엇갈린다고 한다. 이런 정치적 환경에 지난 총선공천 실무를 총괄, 친박 진영으로부터 `보복 공천’의 주역으로 지목되는 정종복 전 의원의 공천을 확정했으니 묘하게 됐다.
경주 재보선의 양상이 심상찮은 가운데 기대하는 것은 정수성 예비후보가 지난 20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가지면서 “친박연대 공천은 상상도 해보지 않았다”고 했는가 하면 “시민이 아닌 사람(박사모)에 의해 당선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공천을 받아 선거에서 이기겠다.”고 공언한 사실이다.
경주 재선거가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민의의 대표를 뽑는 순수한 국회의원선거가 되려면 무엇보다 정치권의 자중이 급선무다.
저작권자 © 대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