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지하철 하양 연장은 상생의 길로 달린다
<달구벌 아침>지하철 하양 연장은 상생의 길로 달린다
  • 승인 2012.05.06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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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동 경일대학교 기획처장

요즘 공중파 방송에서 인기 있는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에는 네 명의 사내가 나와서 각자의 핸디캡을 유머로 풀어내는 `네 가지’라는 코너가 있다. 이 코너에서 지방 출신 개그맨이 “우리는 맨 날 다방에서 쌍화차 마시는 줄 아냐, 우리도 아메리카노 마셔!”라고 외치는 장면이 있다. 방송을 보고 있으니 경제와 문화에서 소외된 지방의 현실을 수도권의 관점에서 희화화하는 것 같아 씁쓸한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개그는 개그일 뿐이라지만 이 개그 콘티에서 커피로 대표되는 고급문화를 수도권 문화로 빗대는 것처럼 지방이 수도권에 비해 각종 인프라가 열악하고 문화적으로 소외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교통인프라는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가 더 심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학회 참석차 서울출장을 갈 때면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게 되는데 그물망처럼 촘촘히 엮여있는 수도권 광역전철노선이 참 부러웠다. 지하철만 갈아타면서 퀵서비스나 택배 업무가 가능하고 수원, 인천, 천안, 의정부 등 수도권 어디든지 갈 수 있는, 말 그대로 광역대중교통망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렇게 편리한 교통인프라를 왜 수도권 거주자들에게만 제공하는 것인지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다. 단순히 면적 대비 인구수가 많다는 이유로는 심히 불공평한 일이다.

경상북도와 경산시가 대구도시철도 1호선 하양 연장 건을 국토해양부에 예비타당성 조사신청을 하면서 지하철 1호선 하양연장 논의가 재 점화 되었다. 지하철 1호선의 하양 연장은 이미 2008년 국토해양부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했지만 B/C(비용 대비 편익)분석에서 0.58로 나와 기준선 1.0에 미달해 무산된 바 있다. 이로 인해 하양권 대학들은 지금도 안심역 출구에 스쿨버스를 승강장을 마련해 매일 학생들의 수송 작전을 펼치고 있는 실정이다.

매일 아침 지하철 종점인 안심역에는 경일대를 비롯해 대구가톨릭대, 대구대 등 대학생 및 교직원들이 장사진을 치고 스쿨버스를 기다리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고 이른 아침부터 장시간에 걸쳐 대중교통수단을 종류별로 타고 온 학생들은 수업시작 전부터 파김치가 되고 있다. 행여 스쿨버스를 놓칠세라 종점 역에 도착한다는 지하철 안내방송이 나오는 순간부터 계단으로 바로 이어지는 객차에 바글바글 모이기 시작한 대학생들은 문이 열리는 순간 우르르 뛰어나가기 시작한다.

수십 명이 한꺼번에 달려들기 때문에 넘어지거나 부딪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실패의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음에도 이번 경산시의 예비타당성 조사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이번만큼은 전과 다를 것이라는 근거 있는 기대감 때문이다. 우선 지하철 연장에 따른 추정 공사비가 2008년 보다 560억 원 가량 줄었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대구선 복선 전철화 사업으로 인해 기존 대구선 폐선 부지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안심과 하양지역을 둘러싼 여건변화가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안심역 인근의 동구 신서동에 공공기관과 각종 연구기관, 첨단기업이 입주할 신서혁신도시가 순조롭게 조성중이며 하양읍과 와촌면 일대에는 경산경제자유구역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밖에도 경산4산업단지 조성과 무학택지개발사업, 영천경마공원 조성 등이 오는 12월 대선과 맞물리면서 경산 12개 대학 12만여 명의 대학생과 교직원, 1천6백여 개 제조업체의 2만여 근로자들이 지하철 연장의 꿈에 부풀어 있는 것이다.

하양읍과 와촌면 일대 391만 제곱미터에 1조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경산경제자유구역에 건설기계부품단지와 첨단메디컬섬유소재 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 이 사업의 성공여부가 지하철 1호선 연장에 달려있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이 될까? 경산지역 12만 대학생들이 보다 신속하고 편리하게 통학하며 길바닥에 쏟아 부었던 에너지를 학업에 집중하고, 대학들은 연간 수십억 원이 드는 통학버스 운행비용을 교육인프라에 투자한다면 지역사회에 돌아오는 시너지효과는 얼마로 환산할 수 있을까?

결국 국토해양부를 비롯해 중앙정부의 판단에 이 모든 것이 좌지우지 되겠지만 지방의 일을 수도권의 관점에서 재고 판단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얼마 전 무산된 동남권 신공항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한마디로 지방에 무슨 국제공항이 필요하냐는 논리로 일축해버린 사례가 아닌가. 지방에도 대한민국 국민이 살고 있다. 지방의 국민들도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지하철을 대중교통으로 이용한다.

단지 그 지하철이 대구시의 경계를 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대구지하철 1호선이 하양으로 연장된다면 대구시와 경산시, 경상북도의 `상생의 길’을 달리는 지하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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