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 세계화에 관한 단상
<달구벌 아침> 세계화에 관한 단상
  • 승인 2012.05.0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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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제 (대구대학교 도시행정학과 교수)

최근 다시 불거진 광우병 사태와 한미 FTA 재협상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근대화가 시작되던 1960년대 초와 비교하면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너무 많이 바뀌었다. 필자가 대학을 다니던 70년대 중반만 해도 해외는커녕 바다 건너 제주도를 여행하는 일도 일반인에게는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방학 때면 대학생들의 해외 배낭여행, 신혼부부들의 해외 신혼여행, 노인들의 해외 효도관광이 일상화되어 마치 이웃 동네 나들이 가는 정도로 치부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손쉽게 거리에서 마주치는 외국인관광객과 외국인 근로자들, 우리의 식탁을 점령해버린 수입식품 등 우리는 세계화를 일상생활 속에서 변화를 체험하고 있다.

세계화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고대에도 국가 간의 무역과 사신들의 왕래가 있었으며 영토 확장을 위한 국가 간의 전쟁도 있었으나 소수의 이해 당사자들에 의하여 주도되었고 오늘날처럼 일반인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현대 사회는 개인의 삶이 다원화하고 여러 채널에 의하여 연결되어 있듯이 국가 간의 관계도 상호의존성이 심화되고 협력과 경쟁을 통하여 더욱 긴밀하게 발전하고 있다.

최근의 경제와 무역에도 지구화 현상이 가속되어 국경 없는 경제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상품, 서비스, 자본, 노동력 등 모든 경제자원은 국경이라는 울타리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게 되었다. 신자유주의에 기초한 오늘날의 경제적 세계화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에 의하여 주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데, 이는 자원의 사용을 세계적 차원에서 효율화시킴으로써 부와 소득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논리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화는 소득분배에도 영향을 미쳐, 이득을 보는 사람과 손해를 보는 사람이 존재하게 된다. 과연 경제적 세계화가 인류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것인가? 세계화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각종 규제와 제한의 철폐를 핵심과제로 제기하고 있는 한 고용, 복지, 환경 등에 개입하기가 어려워진다. 따라서 최근 세계적 현상이 되고 있는 상위 1%에 의한 부의 편중과 나머지 99%의 `occupy wall street’와 같은 구호가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세계화는 경제적 측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환경, 노동, 여성, 인권 등 각 부문에 걸쳐 세계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상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면, 무역의 확장은 환경기준이 낮은 국가들에서의 산업 활동을 유발하지만 환경론자들의 저항을 가져오고 있다. 이러한 운동들은 국경을 넘어서 시민사회의 국제연대가 이루어지고 있다.

오늘날 세계화시대에 강조되고 있는 점은 `세계적 표준(global standard)’ 이다. 국경을 넘어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친 활동의 중가는 다양한 문화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 공통적인 규범이 요구되고 이를 세계적 표준이라고 하나 이는 확정된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고 있고 변화한다. 세계화 시대의 중요한 원리는 `전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에 맞게 행동하라 (Think Globally, Act Locally)’이다. 외국의 사상과 문화를 항상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면서 거기에 매몰되지 않고 우리의 것에 맞춰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세계화가 진전됨에 따라 보편적 가치와 표준이 요구되면서 열린 세계를 지향하고 있지만, 현실은 국내정치에서 표를 얻기 위한 일부 지도자들의 맹목적인 애국심 강조로 민족주의는 더욱 우경화하고 보수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하고 국민소득 2만 불 시대에 진입한 이 시점에서 우리는 과연 세계시민으로서 국제적 책임에 무관심하지는 않는지?

특히 좁은 땅덩어리에 갇혀 살면서 남과 북으로 나뉜 것도 모자라 동과 서로 나누려고 하는 편협한 지역주의에 사로 잡혀있는 건 아닌지? 얼마 전 총선이 끝나고 연말에는 대선이 예정되어 있다. 최소한 대선에 출마하는 사람들이라도 진정으로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편 가르기 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싶다. 유권자 역시 정치인의 달콤한 공약에 현혹되지 않고 보다 높은 세계화의 안목으로 후보를 선택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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