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 김부겸의 정치
<달구벌 아침> 김부겸의 정치
  • 승인 2012.05.10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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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오 대구대학교 인문대학 국문과 교수

지난 4.11 총선의 으뜸 화제 중 하나는 김부겸 의원의 대구 출마였다. 민주통합당 현역 의원의 대구 출마라니. 김부겸 의원은 본래 정치를 한나라당에서 시작한데다가 지역의 경북고를 졸업한 TK 성골이어서 대구 유권자들에게 아주 낯선 이방인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는 고배를 마셨다. 호남에 기반을 둔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지역 유권자들은 생래적 거부감이 컸을 테고, 게다가 올해 말 대선이 예정된 까닭에 대선 전초전으로 간주한 유권자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김부겸 의원의 낙선은 그리 놀랄 만한 사건이 아니다.

사실 대구는 박근혜 위원장을 향한 구애가 절대적인 지역이어서 야당 소속 김부겸 의원의 대구 출마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었다. 그렇다면 군포 4선을 포기하고 대구로 뛰어든 김부겸 의원의 정치 실험은 아주 무의미한 것인가? 대구의 미래를 염려하는 유권자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김부겸의 정치는 김부겸 그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왜 그런가? 아이러니하게도 대구가 지역주의의 최대 피해 지역인 까닭이다. 대구는 오랜 시간 집권 여당의 아성을 자처해 왔지만 그 아성의 내부는 심각하게 낙후되었다는 게 대구 시민 누구나의 솔직한 판단이다. 대구가 17년째 지역내총생산(GRDP) 최하위라면 할 말 다한 것 아닌가. 자체 성장 동력이 전무한 도시가 바로 대구인 것이다.

그렇다면 대구의 낙후와 부진은 박근혜 위원장이 대권을 쥐는 그 순간 뒤바뀔 것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광주,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의 오늘이 어떤지 냉철히 직시해야 한다. 박근혜 위원장의 대통령 당선이 대구 발전을 위해 반드시 긴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지역 내에 적지 않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일거에 낙후된 대구를 구원한다는 것은 환상이다.

일국의 대통령이란 자리가 특정 지역만을 위해 만들어진 지위도 아니거니와 사실 더 부단히 노력해야 할 분들은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이다. 문제는 바로 이 대목에서 제기되고 있다. 금번 총선에서도 확인되었지만, 대구에 출마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자신들의 역할보다는 박근혜 위원장과의 인연이나 박근혜 대망론을 말하기에 바빴고 야권은 기력이 없었다. `대구 발전’은 총선 중 실종된 주제였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여기서 낙선 의원 김부겸의 향후 행보가 설계되었으면 한다. 현실 정치인으로서 김부겸은 낙선한 자신의 위상을 반전시키기 위해 서울 민주당 중심의 정치를 모색할 수도 있겠으나 많은 대구 유권자들은 그가 대구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주기를 바라고 있다. 대구는 미래로 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 미래는 인적자원과 물적 자원 그리고 정보를 특정 정치세력이 독점함으로써 대구를 활력 없는 도시로 내모는 지역주의와 결별할 때 더 밝게 다가올 것이다.

더 크고 더 밝은 대구로 나가기 위해 낙선 의원 김부겸은 외롭더라도 `야당의 목소리’를 매력적인 여론으로 승화해 대구 시민들과 만나야 한다. 물론 낙선 의원 김부겸의 대구 착근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자신 나무에서 떨어진 원숭이보다 못하다는 낙선자의 신분인데다가, 대구 야권은 선거 시에만 잠시 시민들의 주목을 받을 뿐, 지역 유권자들로부터 지속적인 호응을 받고 있지 못한 까닭이다.

그러나 우공이산이라 하지 않았나. 김부겸 의원은 비록 낙선하고 말았지만 호남에 출마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과 함께 지역주의의 벽을 넘고자 한 용기 있는 의원이라는 상징적 자산을 획득했다. 그가 이 상징적 자산을 받아들여 우공처럼 대구 착근을 도모한다면 지역주의의 철옹성도 언젠가는 균열을 일으킬 것이라 믿는다. 대구는 더 커야 하고 더 성장해야 하며 대구의 비전과 미래를 놓고 이뤄지는 대구담론은 더 뜨겁게 불타올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 야 경쟁 체제를 구현해 대구의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김부겸의 정치는 야당만이 아니라 여당을 위해서라도 살아나야 한다. 군포 4선을 포기한 그 순간 그리고 낙선이 확정된 이 순간, 김부겸은 수난과 희생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치인은 수난과 희생을 먹고 자라는 존재라 하지 않았나. 그가 그를 키운 대구에서 남은 정치 여생을 바치겠다고 작심했다면 이 수난과 희생도 마냥 회피할 일은 아닐 것이다. 낙선 의원 김부겸. 그 앞날을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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