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 오류 바로 잡기
<달구벌 아침> 오류 바로 잡기
  • 승인 2012.05.1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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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환 변호사

법정(法庭). `법정’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명사)법원이 소송 절차에 따라 송사를 심리하고 판결하는 곳’이다. `법정’이 가지는 이와 같은 사전적 의미 그리고 독자들께서 알고 계신 법정의 역할과 기능은 차치하더라도, 그 이미지는 `귀엽고, 깜찍하고, 예쁜 이미지’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를 통해 만들어진 `제도’라는 틀 안에서, `법정’이라는 장소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발생한 오해와 분쟁의 종착점’이 되는 곳인지라, `귀엽고, 깜찍하고, 예쁜 이미지’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는 TV, Radio, 신문 등의 언론매체에는 단 하루도 법정의 이야기가 누락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재미있는 인기드라마, 코미디프로그램에도 `법정’은 단골소재 또는 배경으로 등장하며, 작년 또는 올 초에 개봉되어 흥행을 올린 영화, `도가니’, `의뢰인’, `부러진 화살’ 또한 모두 법정이야기를 소재로 삼고 있다.

그런데, 법정의 이야기를 다룬 언론보도, 영화, 드라마 등의 TV프로그램을 보면, 용어와 명칭이 너무도 제 각각으로 뒤죽박죽되어, 제대로 사용되지 못하는 오류를 자주 발견하게 되는데, 필자는 소중한 지면(紙面)의 사정을 고려하여, 수많은 오류 중에서도 가장 심하게 발생하고 있는 `피의자/피고인’이라는 용어에 관한 오류 및 `법정구조’에 관한 오류만이라도 바로 잡고자 한다.

언론보도, 영화, TV프로그램에서 가장 많은 오류가 발견되는 용어가 바로 `피의자/피고인’에 관한 것인데, `피의자’는 `범죄의 혐의가 있어서 정식으로 입건되었으나, 아직 공소제기(=기소)가 되지 않은 사람’을 의미하고, `피고인’은 `당해 범행에 대해 형사책임을 져야할 사람으로 기소되어 형사재판을 받는 사람’을 의미한다. 쉽게 말하면, `조사를 받고 있는 사람’을 `피의자’,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을 `피고인’이라고 지칭하는 것이다.

하지만, 의심과 혐의의 정도, 수사절차를 통한 증거수집의 차이로 인해, `피의자’이었지만 무혐의 등의 불기소처분으로 인해 기소되지 않는 경우도 많이 있으므로, `피의자’와 `피고인’을 `피의자=피고인’이라는 등식관계로 인식해서는 안 되고, 특히 `수사진행 중인 피의자’를 `피고인’으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을 `피의자’로 지칭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

한편, 이와는 또 다른 별개의 명칭인 `피고’라는 용어는 `돈, 부동산 등 재산에 관한 민사소송’, `이혼, 상속 등에 관한 가사소송’,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처분과 관련된 행정소송’ 등 `소송을 당한 사람’을 지칭하는 용어로, 이와 같은 소송을 제기한 `원고’와 대응되는 개념이다. `피고인’과 `피고’는 `인’이라는 글자 한자 차이이지만, `피고’라는 명칭은 `범죄의 성립과 처벌에 관한 형사소송절차’와는 전혀 무관한 개념이므로, 결코 혼동해서도, 혼용해서도 안 된다.

범죄와 관련된 형사재판이 진행되는 법정과 그 이외의 재판이 진행되는 법정은 구조에 있어서도 차이가 크다. 형사법정에서 재판장(판사)이 앉아 있는 곳을 12시 방향으로 표현하면, 검사가 앉아 있는 곳은 9시 방향, 피고인과 변호인(변호사)이 앉아 있는 곳은 3시 방향으로, `검사’와 `피고인 및 변호인’이 서로 마주보고 앉아서, 서로 공방을 주고받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 반면, 민사·행정·가사 등의 재판이 진행되는 법정에서 재판장(판사)이 앉아 있는 곳을 12시 방향으로 표현하면, 원고는 7시 방향, 피고는 5시 방향에 자리하며, 원·피고가 직접 재판장을 마주 보면서 주장을 펼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하지만, 영화, TV프로그램을 보면, 연기자들이 형사법정에서 민사재판의 연기를, 민사법정에서 형사재판의 연기를 하는 장면들이 꽤 자주 등장하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법률 관련 업무에 관한 종사자가 아닌 다음에서야 이러한 차이점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와 같은 오류에도 불구하고 언론보도, 영화, TV프로그램에 나타나는 내용들이 부지불식(不知不識) 간에 국민들의 뇌리 속에 각인되는 대단한 영향력을 고려할 때, 언론기관 종사자, 영화, TV프로그램 제작자들은 가급적 오류를 줄이려 노력해야 할 것인데,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거나, 한번 물어만 보면 알 수 있는 이러한 오류들이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어 너무도 유감이다. 이와 같은 명백한 오류들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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