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역사적 `대구가치’ 중심 도시재생운동을
<달구벌 아침>역사적 `대구가치’ 중심 도시재생운동을
  • 승인 2012.05.1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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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영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집행위원장

나는 대구가 좋아서 이주한 시민이다. 대구서 잘 먹고 잘 살기 힘들 것 같아 상경해서 살아보았지만 서울이라는 거대도시의 부속품처럼 살기 싫어 사람 사는 맛이 나는 대구를 잊을 수 없어 다시 돌아왔다. 그런 내가 30여 년 전 대구에 와서 자주 들은 말이 있었으니, 무슨 이야기를 할 때 `한강이남’이라는 표현이었다.

`한강이남’을 입에 달고 산 대구는 주체성을 잃고 무의식적으로 짝퉁서울을 욕망했다. 한강을 염두에 두고 산 탓인지 대구는 낙동강 오리알 도시로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대구를 떠나 서울로 간 쇼셜테이너 김제동이 개념 찬 콘서트를 위해 고향을 찾아 대구시민을 포복절도하게 한 말이 있었으니, 말끝마다 `이지랄’이었다.)

생명력을 가진 유기체로서 대구는 칠순의 노인장에 비유되기도 한다. 인간의 몸으로 말하자면 낡고 병들어 요양보호가 필요한 상태가 되었다. 그렇기에 도심 재생사업을 벌여야 하나 보다. 지금 고담시티라고 낙인 찍혀 도시재생사업을 강제 받고 있는 대구는 한때 `치명적 매력’의 도시였던 적이 있으니, 늙고 병들어가는 도시의 부흥을 위해서는 `대구가치’의 부활이 급선무라는 제안을 하고 싶다. 심지어 시민단체마저 걷기 좋은 길을 만들어 놓고 짝퉁스럽게 제주표 `올레’타령을 하는 걸 보면 얼빠지고 넋 나간 도시가 되어버린 것 같아 끔찍스럽다.

무슨 일을 추진하려면 논리부터 세워야 하는데, 과연 대구 도시재생사업의 주체적 `지역논리’가 있는지 묻고 싶다. 위정자들은 곧잘 시민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관심을 이끌어내려고 쉽게 복원에 재원을 쏟아 붓지만, 도시사회학자들은 복원이 도시와 건축의 역사적 가치와 진정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한다. 조달청 단가 기준에 맞춰진 도시 만들기 사업으론 창조도시에 이를 수 없나니, 보도블록 바꾸고 조형물 설치하는 식의 `화려한 위장’보다는 동시대 삶의 실체를 드러내는 도시재생 방안을 접목해야 한다.

도시재생은 물리적 토건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사회문화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이행해야 목표에 근접하게 된다. 따라서 자동차와 건설에 치우쳐진 도시재생 논리에서 사람의 가치를 중심으로 리뉴얼할 필요성이 느껴진다.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는 인물은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그는 시정의 축을 개발중심에서 `시민들의 삶의 질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사람중심의 도시재생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도시를 움직이는 주체는 인간이다. 사람이 곧 가치인 것이다. 대구문학을 육성시키겠다고 작심하면 문학관 건립, 출판단지 조성부터 시작하면 낭패 보기 십상이다. 더 이상 문학인들에게 가야 할 창작지원금들이 건축업자를 배부터 불려주는 자금줄로 전용되도록 방치하면 대구문학은 곤궁해진다. 짝퉁 이상화들의 `빼앗긴 달구벌에도 문학의 봄은 오는가’를 양산한다면 문예정책은 펴지 아니함만 못하다.

근대문화거리의 중심에 선 종로는 대구의 랜드 마크로 재포장되고 있다. 때깔 좋은 대구 근대문화거리 혹은 골목이 허한 까닭은 죽은 사람을 중심으로 산 사람을 배제하고 주객을 전도시키는 인간부재의 토건사업에 머물러버리는 타성에서 비롯된다 하겠다. 그러므로 골목골목 주인된 시민을 세우는 것이 미완의 대구 근대문화거리 사업의 화룡점정이 될 것이다.

“복원을 남용하면 도시와 건축의 역사가 멈춘다!”는 도시사회학자의 충고를 되새기면서, 정작 우리가 복원해야 할 시급한 자산은 대구를 자유롭게 했든 좋았던 시절의 `대구정신’이라는 생각을 끄집어내 본다. 아메리칸 드림을 대체할 사회원리로 등장한 유럽연합. 바로 그 유러피언 드림의 결정체인 EU를 이끌어가는 이념인 `사회시장경제’의 바탕에는 `공동체의 정신`이 깔려 있다고 한다.

고전시대의 희랍 철학과 문학에서 비롯되고 셰익스피어, 몰리에르, 쉴러, 데카르트, 헤겔 등에 의해 계승된 유럽의 정신문화가 통합된 유럽을 이끌어가는 에너지라는 것이다. 이러한 정신적 자양분을 가진 EU는 국가 간, 민족 간 이해관계가 달라 삐거덕거리면서도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공동체의 가치를 바탕으로 이해관계를 조정해 통합에 이른 EU처럼 대구는 한국을 빛낸 `대구정신’을 잘 살려 고담시티의 오명을 털고 영남의 정통도시로 복원되기를 갈망해 본다. 여기는 애국계몽운동의 불꽃인 국채보상운동을 일으킨 조선 최고의 사회지도층들이 솔선수범하던 곳이 아니었던가. 1946년 10월 대구시청 앞에서 쌀과 빵을 달라고 시위를 하던 부녀자와 어린이들을 향해 경찰이 무단 발사했을 때 대구의 선조들은 사회연대의식을 발휘해 전국에서 으뜸가는 진보의 도시로 부상시킨 히스토리를 자랑스러운 유산으로 넘겨주었다.

랜드 마크를 짓겠다던 짝퉁대구 전략은 성장의 한계에 직면했다. 서울짝퉁이 모자라 남의 것들을 값싸게 소비하고 욕망하려는 대구의 허영을 떨쳐버리고, 국채보상운동, 2.28학생의거, 3.8만세운동에서 발현된 대구가치의 마인드 마크(Mind Mark)화 사업을 접목하는 것이 대구 도시재생의 스토리텔링으로 자리 잡게 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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