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유로 채무위기, 차분히 대응해야
<달구벌 아침>유로 채무위기, 차분히 대응해야
  • 승인 2012.05.23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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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호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장

글로벌 금융시장이 거세게 요동치고 있다. 유로지역 채무위기가 다시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 바탕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유로지역 채무위기는 금년 들어서는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전 세계 주가가 상승하고 금리와 환율이 안정되면서 일부에서는 이제 세계경제가 유로 채무위기의 터널에서 벗어나 회복국면에 진입하는 것 아니냐는 때 이른 낙관론이 고개를 들기도 했다.

그러나 `가짜 새벽(false dawn, 헛된 기대)’이었던 것일까? 4월부터 스페인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더니 프랑스에서는 긴축 위주의 문제 해결에 반대하는 올랑드가 대통령으로 선출됨에 따라 유로 채무위기에 대한 정책방향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었다. 게다가 EU와 IMF의 구제 금융으로 간신히 연명하고 있는 그리스의 총선 결과 긴축프로그램에 반대하는 정파가 높은 지지를 받으면서 국가부도와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부각되었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것이다.

그렇지만 유로지역 채무위기가 곧바로 파국을 맞을 것으로 단정 짓는 것은 성급하다. 이미 지난 2년간 지금보다 훨씬 더 위태로운 고비를 여러 차례 겪었지만 위기가 파국으로 진행되지 않았던 것만 보더라도 그렇다. 사실 최근의 사태들도 그동안 잠재위험요인으로 계속 지적되어 왔던 것들이다. 예견된 위험은 그 심각성과 충격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비록 그리스 스페인 등에서 부분적으로 뱅크 런 조짐도 나타나고 있지만 그동안 위기가 진정과 심화를 반복해 왔던 만큼 심리적 충격의 강도가 약해졌을 뿐 아니라 실제 영향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위기대응 과정에서 전 세계 금융기관들이 그리스 채권을 대폭 정리하고 자본을 확충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비해 왔기 때문이다. 그리스 국민도 유로 존에서 탈퇴할 경우 막대한 직간접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의 혼미한 정국도 구제금융 조건을 완화하기 위한 `벼랑 끝 전술’이라는 분석도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 무엇보다 유로 회원국들이 그리스의 무질서한 국가부도와 유로존 탈퇴를 방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주말 G8 정상회의에서 그리스의 유로 잔류를 재확인한 데 이어 이번 주 EU정상회의에서도 유로 차원의 예금보장제도 도입 등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결국 그리스와 밀고 당기는 협상을 통해 절충안을 마련하는 한편 스페인, 이탈리아 등으로 위기가 전염되지 않도록 차단막을 더욱 강화하는 추가대책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유로본드 도입과 같은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당장 발등의 불을 끌 수 있는 대책은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과정에서 긴축 일변도의 대책은 성장까지 고려하는 방향으로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

우리 경제는 전형적인 소규모 개방경제이다. 지난해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무역규모 1조 달러를 넘어섰을 뿐 아니라 미국과 EU를 포함하여 전 세계 45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등 개방도가 매우 높다. 당연히 대외여건의 변화에 매우 큰 영향을 받는다. 유로지역 채무위기 악화의 영향으로 세계경제의 성장이 더욱 둔화된다면 우리 수출이 그만큼 부진해지고 금년 중 3.5%로 전망되는 성장률도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유로지역 채무위기의 전개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태를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은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하고 비상시에 대비한 계획을 점검하는 한편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국내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면서 사태를 예의주시해야 할 때다. 우리 경제의 대응능력은 건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기관의 외화차입여건이 양호하고 외환보유액도 충분하기 때문에 설령 유로 채무위기가 더 악화되더라도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

막연한 불안 심리는 자칫 자기실현(self-fulfilling)의 악순환을 불러와 경제에 커다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로지역 채무위기는 단기간에 종결되기보다는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 동안 개선과 악화를 반복하면서 소모전의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모든 경제주체들이 긴 호흡으로 차분히 대응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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