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대구에 살고 싶다
<달구벌 아침>대구에 살고 싶다
  • 승인 2012.05.29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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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채남 박사(THE IMC 대표)

얼마 전, 한 밤중에 내 페이스북의 뉴스피드에 “지금 누군가 현관문을 두들기고 있어요. 무서워 나가 보지도 못하고 있어요”라는 글이 올라온 적이 있었다. 깜짝 놀라 누가 올린 글인가를 자세히 살펴보니 작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 있는 회사에 취직해 혼자 살고 있는 여자 수업제자의 글이었다. 내 기억에 그 여학생은 똑 부러지는 성격에 학업 성적이 우수하고 모범적이었다. 그 여학생은 대학을 졸업하고 대구에 계속 살고 싶었지만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1960년대에 파독 광부와 간호사처럼 취직하러 어쩔 수 없이 서울로 갔었다.

취직을 하러 서울로 간 지역 대학 졸업생들의 서울살이는 녹녹한 편이 아니다. 낯선 환경에서 대부분 원룸,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등에 거주하고 있어 주거환경은 열악하고 직접 밥을 해 먹거나 사먹어야 하는 식생활은 불규칙적이고 불편하다. 고생길이라는 것을 훤히 알면서도 부모님의 보살핌 속에 안락한 보금자리가 보장되는 대구에서 살지 못하고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가는 대학 졸업생들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한다. 2009년 기준으로 지역의 대학 졸업생 10명 중 2명 이상이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연구원은 `대졸인력의 지역 간 이동특성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대경권 대학 졸업생의 수도권 유출률은 지난 2005년 8.0%에서 2009년 22.4%로 높아졌다고 하였다. 최근 4년 사이 수도권 집중률이 거의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이런 추이라면 현재는 더 심화되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여기에 고등학생들의 수도권 대학진학률 약 13%를 감안한다면 지역 인력의 수도권 유출 현상은 더욱 심하다고 할 수 있다.

지역인력의 수도권 유출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는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수도권에 일자리가 많고 특히 지식기반 제조업 등 양질의 일자리가 몰려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대졸자의 평균 임금도 수도권이 높기 때문이다. 2009년 기준 대졸자 월평균 급여는 189만7000원인데, 수도권의 월평균 급여는 평균보다 높은 193만5000원으로 조사됐다. 평균 이상의 높은 임금을 쫓아 수도권으로 집중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세 번째는 사회·경제·문화적으로 수도권 집중 현상이 워낙 심각하다보니, 일자리를 찾고 풍요로운 문화적 생활을 위해 졸업생들이 수도권으로 몰려들고 있다. 결국 지역인재의 수도권 유출은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지역 발전의 성장 동력을 감소시키고 산업기반은 낙후되어 지역의 인력 유출은 더 심화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대학 졸업생들이 대구에 살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암담한 현실을 극복하고 지역인재가 지역발전을 위해 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우선, 대졸 고급인력이 지역 전문기업을 찾아 취업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 지역기업과 대학 간 산학협력을 통해 일자리 연계시책을 확대하고 지역산업 수요에 부응하는 대학의 고급인력 양성과 기술혁신지원을 통한 지역산업 육성은 필수다.

다양한 정책과 방안이 있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대구시와 시민의 대구 기업에 대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지방의 서러움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지역민, 지역 대학, 지역 공공기관 등이 막연히 서울 기업을 선호하면서 동병상련을 앓고 있는 지역 기업을 삼류로 폄하하고 무시하는 의식을 바꾸어야 한다. 지금은 서울수도권 사대주의를 극복하고 21세기 지역산품 애용과 같은 지역주의가 필요하다.

단편적으로 보면 지역 기업의 경쟁력이 서울 기업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지만 연관되어 있는 좋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적 파급이라는 유발효과를 생각해 지역 기업을 키워줘야 한다. 예전의 청구, 우방처럼 대구 기업이 경쟁력을 갖춰 전국으로 나가 일감을 많이 따오면 좋은 일자리도 많이 만들 수 있었다. 시장경제원리만 따져 서울 기업에 지역의 일감을 주다보면 서울 기업과 사람들만 살찌우게 된다. 이렇게 되면 계속해서 우리와 이웃의 자식들이 취직을 위해 객지에 나가 고생하면서 살아야 한다.

더 이상 우리 자식, 동생, 제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열악한 환경의 객지생활을 하지 않고 대구에서 살 수 있게 대구시와 대학, 시민들의 대구 기업들에 대한 편애가 필요하다. 지역에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려면 지역 기업이 성장할 있도록 온 지역이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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