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팔만대장경을 본 단상(斷想)
<달구벌 아침>팔만대장경을 본 단상(斷想)
  • 승인 2012.05.30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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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대구고용센터 소장 하은식

특정 종교의 시설물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정부 관료로서 조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얼마 전 대구청 관할지역의 고용담당 워크숍에 참석코자 다녀온 해인사에 있는 팔만대장경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팔만대장경은 1234년 몽골의 침입으로 초조대장경이 불타자, 불심으로 다시 한 번 나라를 구하자며 만든 것이기에 `재조대장경’이라고도 불린다.(`초조대장경’은 팔공산 구인사에서 만듦) 당시 고려 정부는 개경이 함락되어 불에 탔음에도 굴하지 않고 강화도로 몽진하여 항쟁을 계속하였기에 국가의 힘을 하나로 모을 구심점이 필요하였고, 그 일환으로 대장경을 만들기 시작했다. 여기서 한 가지 떠오른 것이 있다. `우리나라의 일자리 정책도 이와 같이 하면 어떨까?’ 하고 말이다.

아시아의 초원에서 시작된 몽골군의 물결이 전 세계를 휩쓸었던 것처럼, 이제는 FTA의 물결이 전 세계의 무역장벽을 무너뜨리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시대가 다가온 지금, 이 물결에 저항하고 맞서 싸우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왕따가 되는 길이다. 그렇다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냥 이 물결에 떠내려가고 말겠는가? 그래서 우리 정부도, 대장경을 만들 듯 우리나라의 저력을 한데 모으는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정책으로 힘을 모아야 할까?

FTA는 단순히 물적 교류에 국한된 개방이 아니다. FTA가 발효된 지금, 우리나라의 기업과 근로자들은 이제 바로 옆에서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뉴욕의 변호사, 런던의 애널리스트, 델리의 컴퓨터 공학자, 요하네스버그의 압연기술자 등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해야 한다. 그러한 경쟁에서 이겨내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할 것인데, 그 능력이 거저 주어질까? 아니다. 그렇지 않다.

여기에서 우리 고용노동부가 해야 할 일이 드러난다. 모든 이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아주는 것이 그 중 하나이다. 당장에 일자리 하나 없어서 `이태백’이니, `사오정’이니 하는 단어가 만연한 사회보다,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받고 싶은 급료를 받을 수 있는 사회가 경쟁력이 있음은 누가 보아도 알 수 있다.

강력한 복지정책으로 유명한 스웨덴의 예를 들자면, 스웨덴 정부는 실업자에게 상당한 양의 실업급여를 지급함과 동시에, 적극적인 직업훈련 프로그램 정책을 도입하여 스스로 나서기만 하면 어떤 일이든지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있다. 그래서 우리 정부도 취업성공패키지, 내일 희망 찾기, 내 일 배움카드제 등을 운영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또한, 일자리를 찾아주는 것만이 아니라 중앙에서부터 노동조합의 협상권을 보장해주고 노조 결성을 적극 지원해서 근로자의 생존권을 지켜주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잊을 만하면 벌어지는 대중교통이나 금속노조 등의 파업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은 일방적인 정리해고나 임금삭감 등에 맞설 노조도, 그 노조의 협상권도 다른 나라에 비하면 미약한 수준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앞서 말한 스웨덴은 80%에 달하는 노동조합원의 조직률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9.8%나 미국의 12%와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다. 허나 우리나라 역시도 정부차원에서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를 조직하였고, 이와는 별도로 고용노동부에서는 복수노조 허가를 추진하여 근로자의 생존권을 향상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장경 한 판에는 644자의 글자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대장경 전체의 글자 수를 계산해보면 약 5,200만 자라는 숫자가 나오는데, 이는 우리 우리나라 국민의 수와 엇비슷한 숫자이다. 한 글자가 두 글자가 되고, 새겨낸 글자가 모이고 모여 8만 장이라는 큰 숫자를 이루어낸 것이다. 그러니 나와 내 주위 사람에게서부터 이러한 정책에 대해 알고 참여하면, 그것이 우리 대구시, 나아가 우리나라를 FTA라는 물결에서 구해낼 방도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참고로 필자는 오래 전에 기독교 세례를 받았음을 첨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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