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옥, 떨어진 숨.
뱃속 함초롬히 태양의 아들 잉태하고
수줍음 도톰하게 감춘 채
만삭의 몸이 영원으로의 시계추 흔들고 눕다.
햇덧에 고운 손길로
새치름히 황금 지팡이 짚고 투탄카멘으로 다시 태어나
흐뭇한 미소로 금줄에 꽂혀 자랑스레 빛나는 그날까지
한 살매 살고는
물방앗간에서 섯돌아 알근달근한 사랑 나누고
하늘과 땅, 바다의 고된 삶이 아우러져
석양에 소슬바람 따라 살금살금 맛깔스러워져가네.
동짓달 초가 삽짝 햇발에 탱자가시 날 버리고
석 삼 년 고추바람에 적삼 고름 젖어들 때
금달래 동냥 바가지에 상처로 고여지면
아릿거리는 눈망울은 보고픈 얼굴 찾아서
검정 무명 치맛자락에 검불 휘감으며
길라잡이 없는 순정의 가시밭 길 헤매 걸으며
그렇게 또, 한 살매 살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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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대구産, 낙동강문학 창간호 동인. 낙동강문학 감사역임, 現) 한국시민문학협회 고문
해설) 가을의 따사로운 햇살 받으며 붉은 고추가 제 색을 뽐내고 있습니다. 붉은 빛을 내기까지 고추는 뜨거운 태양과 갑자기 몰아닥친 비바람에 수없이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여름의 장맛비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쓰러져가는 자신의 모습을 추켜세우느라 때로는 지치고 힘이 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힘든 고통 속에서도 역경을 이겨내고 인내하여 가슴속에서 금싸라기들의 지나온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천년만년이 지나도 영원히 남을 고추홍의 이야기를....
-해설 서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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