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운보 미술관의 화룡점정(畵龍點睛)
<대구논단>운보 미술관의 화룡점정(畵龍點睛)
  • 승인 2012.05.3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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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종 시인

좌파전용물인 친일(親日)시비는, 궁예대왕의 관심경과 같은 위력이 있어서 걸려들면 친일파 아닌 사람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위력(?)이 대단하다. 운보 김기창 화백도 친일파 화가로 몰려 곤욕을 치른 적이 있지만, 나는 그 주장에 전혀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유는 아예 기억도 않고 있다.

조선미술전람회(선전)에 최고상인 조선총독상을 받았다고 친일파로 몰아붙이는 건 못 말릴 폭력이다. 최고상인 총독상은 친일파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가장 빼어난 작가에게 주는 실력본위의 상인 것이다. 사실 오늘날 이 땅에 직접적인 영행을 주는 것은 죽어서 백골이 된 친일파가 아니라, 드러내놓고 친북활동을 하는 급진반동좌파가 최대의 위험인물들이다.

운보미술관은 충북 청원군 내수읍에 있다. 대지가 3만평, 0.1㎢나 되니 필자가 알기로는 개인의 예술관으로는 규모가 국내에서 가장 큰 것 같다. 들머리에 있는 건물에 들어서니 운보가 받은 상장이 전시되어 있다. 첫눈에 들어온 것이 금관문화훈장이다.

우리나라엔 12종의 훈장이 있고, 종별로 각각 5등급의 차등이 있다. 문화훈장의 경우, 금관(1등급) 은관(2등급) 보관(3등급) 옥관(4등급) 화관(5등급)으로 나눠진다. 운보의 경우 1등급 금관훈장은 작고 후 바로 추서되었고, 2등급인 은관훈장은 박정희대통령 생전(1977년)에 받은 빛나는 실적을 정부에서도 밝히 인정하고 있다.

훈장 옆엔 5.16민족상 상장이 운보의 무게를 더해주고 있고, 나머지 상들도 딴 사람은 죽었다 깨어나도 못 받을 큼직, 굵직한 상들이다. 운보는 1914년에 탄생했고, 일곱 살 때 장티푸스를 앓아 귀가 절벽이 되었다고 밝혀져 있다. 불구자 중 가장 성질이 급하고 난폭한 게 벙어리란 말이 있다. 눈으로는 다 보지만 말을 못하니 주먹이 앞서 사고를 잘 낸다는 것이다.

운보는 차분하고 날렵한 화필이 있기에, 벙어리처럼 난폭한 행동을 연출하지는 않은 것 같다.
상장코너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공간에 눈에 띄는 수석 1점이 있다. 네발짐승의 교미하는 모습의 소위 운우석(雲雨石)이다. 1970년대 초 친목계에서 전남 목포에 있는 남농예술관 견학을 갔었는데, 새카만 오석 운우석(雲雨石) 1점이 관객의 눈길을 모았다.

당시 1억5천만 원에 일본인이 흥정을 해 왔지만 단호히 거절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운우석은 오나가나 인기가 짱이다. 하기야 운우 덕분에 인류가 멸종되지 않고 면면히 이어지는 게 아니겠는가.
운보의 그림을 내가 왈가왈부하는 것은 분수를 모르는 일이요, 뛰어난 작품을 다만 우러러 볼 뿐이다.

예수의 일생을 운보가 그려서 당시 매스컴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상투를 하고 한복을 입은 예수가 포졸들에게 끌려가는 모습을 보고, 이 땅의 크리스천들은 더욱 가슴이 서늘했을 것이다. 예술은 상상력이요, 토착화가 생명이다. 운보는 이래저래 천재화가다. 운보미술관에도 방명록은 어김없이 비치되어 있다. 딴 사람들이 적은 내용을 보니, `좋은 작품 잘 보았습니다’라고 적어 놓았다.

나는 방명록을 비켜갔다. 내가 방명록에 서명 않는 게 화성(畵聖)을 온전히 지키는 길이란 깨달음이 왔기 때문이다. 운보미술관은 외적인 규모나, 내적인 전시품이나 국내 최대의 알찬 최고 미술관임을 자타가 공간하는 터다.

미술관을 나오면서 퍼뜩 떠오르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노산 이은상 선생이 1980년 지은 운보 예찬 시 `화선 운보’를 입수하여 표구를 해 전시한다면, 운보의 진면목이 더욱 생생하게 살아날 것 같다. 운보 같은 화성(畵聖)에게 천재시인 이은상선생의 활화산 같은 시심(詩心)이 넘실대는 예찬시를 빨리 찾아 운보미술관에 보내드리는 것이 운보 그림을 감상한 나의 빚 갚음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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