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산수화는 제한적인 소재와 규정화된 형식으로 창작의 한계를 노출하고 있지만, 무궁한 조형성과 창의적이면서도 풍부한 감수성의 조우(遭遇)가 있다면 재해석의 여지가 큰 장르다.
최보경은 특히 이점에 주목하고 특정한 양식과 동양적 사고가 함축된 산수화에 전통의 창조적 재해석과 현대와의 공존을 시도한다.
전통 산수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있어서 무분별한 소재의 차용보다 현재의 시각을 반영하고, 과거 문인이나 은인(隱人)들의 전유물로서의 산수화보다 현대의 대중적 감성을 담아내려 노력한다.
그의 작업에서 보이는 조형화된 대자연의 풍광은 사시사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계곡이나 바다의 풍경을 담아낸 것이어서 더욱 정감이 간다. 자연의 전체적인 절경을 묘사하기보다 마치 카메라 렌즈로 선택한 부분을 촬영하듯 화면 속에 확대해 그리기도 하고, 변각구도(邊角構圖)를 통해 화면의 일부분을 의도적으로 제거하거나 복잡한 대상물들의 과감한 생략을 통해 여백이 가지는 무한한 영감을 화면 속에 구사하고 있다. 무엇보다 파도나 계류(溪流) 등 강한 물살의 흐름을 묘사한 농묵(濃墨)의 표현은 보는 이에게 적당한 긴장감과 역동성을 느끼게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계류, 파도, 암산(巖山) 등을 적묵법(積墨法: 먹의 농담을 살려 순차적으로 쌓아가듯이 그리는 기법)을 통해 묘사한 작품 20여점이 선보인다. (053) 668-1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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