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사건 이후 경찰의 태도 실망스럽다
투신사건 이후 경찰의 태도 실망스럽다
  • 승인 2012.06.04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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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이야기가 있다.

다소 능력이 부족하지만 어떤 직책을 맡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역량이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 직위가 높아지면 사람이 달라보이면서 그동안 자신이 몰랐던 능력들이 발휘되는 좋은 의미로 쓰인다.

하지만 다 그런 건 아닌가 보다.

불행하게도 대구에서 또 학생 투신자살사건이 발생했다.

충격도 보통 충격이 아니다.

1차적으로 학교는 물론이고 교육청은 얼굴을 들지 못하고 있다.

오죽하면 교육청에서 경찰에 “송구스럽다”는 전화를 할 정도니까 말이다.

학생 투신이 전적으로 교육청의 잘못이 아님은 두말 할 나위가 없지만 교육현장을 책임지고 있다는 점에서 교육청은 어떤 식이든지 이런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는 것도 지우지 못할 사실이다.

경찰도 괴롭긴 마찬가지다.

학교를 찾아가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을 하루가 멀다하고 펼치고 있지만 이런 일이 생길수록 점점 한계에 부딪힌다는 자괴감을 떨치긴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건 발생 이후다. 교육청은 교육청대로 아프지만 또다시 이 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과 노력이 뒤따라야 하고 경찰은 명명백백하게 사건 전말을 밝혀냄으로써 안타까운 죽음을 위로하고 잘못한 이가 있으면 엄중처벌해 더 이상 이런 불행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 2일 발생한 A군의 투신 이후 경찰이 보여준 태도는 실망 그 자체다.

감추고 숨기려 한다고 사건이 덮어지는 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담당 형사 과장이 기자들의 전화를 받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사건의 전말이 밝혀져야 재발을 막는 대책도 나올 수 있다는 점은 진리다.

그러기에 경찰의 침묵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기 보다, 전화받을 시점까지 조사가 어떻게 됐는지 차라리 형사과 직원 누가 전화를 받더라도 똑같은 답을 할 수 있도록 밝혀진 진실을 말하는 게 도리고 순서이기 때문이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대구를 대표하는 경찰서 중 하나다.

그러기에 형사과장이란 자리는 전화를 무조건 받지 않는 게 올바른 처신이라고 생각할 사람이 앉아있을 자리는 더더욱 아니다.

물론 지속되는 유사 사건으로 인해 이런 사건의 파장에서 오는 중압감이 얼마나 큰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지만 그 결론이 ‘모르쇠’인 건 아닌 것이다.

이럴 것 같았으면 간부급 경찰 공무원의 ‘자리’가 달콤하지만은 않다는 걸 그 책상에 처음 앉았을 때 미리 깨달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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