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죽지 말고 살아다오, 대구의 아이들아
<달구벌 아침>죽지 말고 살아다오, 대구의 아이들아
  • 승인 2012.06.10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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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못난 어른의 반성문-
양진오 대구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연이어 일어나는 너희들의 자살 소식에 이 못난 어른 놀란 가슴 진정하기 어렵구나. 잇따른 너희 친구들의 자살. 이러다가 대구가 꽃다운 너희들의 무덤이 되는 게 아닌지 이 못난 어른은 자못 두렵기까지 하구나. 그래, 저 높은 아파트 옥상에서 몸을 던져 세상과의 인연을 끊은 너희들의 그 친구들. 그 친구들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겠니? 아득한 절망에 사로잡혀 자살을 선택한 너희들의 친구들을 떠올리려니 이 못난 어른은 부끄럽고 또 부끄럽구나.

벌써 몇 번째 일어난 자살 사건인지 그 수를 헤아리기 참혹하구나. 유독 대구에서 이런 비극이 생긴다해 어른들은 화급하게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쏟아내고 난리란다. 그런데 그 원인 분석과 대책이라는 게 더 이상의 자살을 막아낼 수 있을지 이 어른은 난감하기만 하구나. 베르테르의 효과를 우려하는 어른도 있더구나. 청소년들은 감수성이 예민해 자살을 모방할 수 있다는 거야. 그래서 자살 모방하는 아이들이 나오지 않도록 언론 보도를 신중히 해야 하지 않겠냐는 어른들이 있더구나.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러나 이 못난 어른은 베르테르의 효과가 아니라 친구를 잃은 너희들의 절망, 그게 아니라면 지금 이 순간에도 고립감으로 괴로워하는 너희들의 깊은 상처를 더 우려한단다.

왜 대구에서, 하필이면 이곳 대구에서 이런 비극이 그치지 않는 걸까? 대구가 보수적 사회라서? 아니면 유달리 대구의 교육이 경쟁적이어서? 그것도 아니라면, 스트레스를 확 날릴 너희들만의 시설이 없어서? 그래 이 지적들이 일리 없지는 않을 거야. 대구는 보수적 사회여서 너희들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은 권위적일 테고 서울 강남 못지 않다는 대구 교육열은 너희들에겐 죽을 맛이겠지. 그리고 어른들을 위한 카페와 술집, 노래방이 즐비한 대구에서 너희들을 위로할 시설은 흔하지 않을 거야.

그런데 말이다. 이 못난 어른은 너희들에게 이 세상 즐겁지 않지만 같이 살아보자고, 아니 살아가야 한다고 호소하고 싶구나. 왜냐고? 진부한 표현 같지만, 너희들 하나하나가 한 우주에 맞먹는 빛나는 생명이어서 그래. 너희들이 생명을 얻어 이 세상에 왔다는 건 한 우주가 창조되었다는 뜻이며 새로운 역사와 인연,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뜻일 거야. 너희들의 생명은 돈으로도 권력으로도 살 수 없는, 또한 세속의 성적으로도 측정할 수 없는 존귀한 가치가 있어. 너희들의 생명은, 그래 너희들의 생명은 너희들의 사랑을 잉태할 빛나는 자산이야. 그 생명을 절대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그래, 너희 친구들을 연이은 죽음으로 내몬 이 폭력의 구조. 사실 이 폭력의 구조를 만든 장본인은 너희들이 아니야. 바로 어른들이지. 어른들이 학교는 물론 우리 사회 이곳 저곳에 폭력의 구조를 만든 장본인들이지. 그런 점에서 너희 친구들의 자살은 어른들의 책임이야. 폭력이란 게 그래. 그게 되풀이되다보면 그냥 자연스럽게 내면화 될 거야. 학교 폭력은 오늘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하지. 소설가 전상국의 우상의 눈물이나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증명하듯, 한국의 학교들은 예전부터 폭력의 구조에서 자유롭지 않아. 그런데 그 폭력의 구조가 지금은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아예 합리화되고 허용된 게 아닌가 싶구나.

그렇기에 어쩌면 이런 폭력의 구조를 방치하고 너희들에게 생명은 소중하니 살아보자는 이 못난 어른의 호소는 허망하게 들릴 수도 있을 거야.그렇지만, 이 못난 어른은 다시 한 번 간절히 너희들에게 살아보자고 호소하고 싶구나. 나무인형 피노키오를 알지? 그 피노키오가 영혼과 육체를 소유한 인간 피노키오로 환생하기 위해 요구된 고통의 깊이를 혹시 아니? 할아버지 곁을 떠난 나무인형 피노키오가 죽음이 교차하는 저 어두컴컴한 고래뱃속을 들어가서야 인간으로 환생했듯, 너희들은 더 화려하게, 더 멋있게 성숙해질 거야.

지금 이 순간에도, 너희들 중 누군가는 더는 살아갈 이유가 없다며 자살을 생각할 수 있겠지. 그러나 그건 아니야. 아무리 최악 같아도, 자살은 아니야. 살아야지. 아니 그냥 사는 게 아니라 더 당당한 환생과 부활을 꿈꿔야지. 이 못난 어른도 너희 친구들의 자살을 안타까워만 하는 방관자가 아니라 너희들을 더 살아가게 할 친구가 되겠다고 약속하마. 같이 살자. 사랑한다. 아이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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