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극장의 문화복지 역할
<달구벌 아침>극장의 문화복지 역할
  • 승인 2012.06.1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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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묵(수성아트피아 관장)

사회학자 매슬로우(Maslow)는 인간의 욕구 5단계 설을 주장했다. 소위 말하는 동기이론으로서 하위 단위 욕구가 채워질 때, 다시 상위 단위 욕구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생리적 욕구(Physiological needs) - 안전욕구(Safety needs) - 소속감과 애정 욕구(Belongingness and Love needs) - 존경 욕구(Esteem needs) - 자아실현 욕구(Self-actualization needs)가 바로 그것이다.

최근 사회복지학에서 일부 학자는 사회복지란 이 단계 중 하위 2단계를 국가가 최소한으로 충족시켜주는 것이라면 상위 3단계를 국가가 최소한으로 충족시켜주는 것이 문화 복지의 차원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즉 문화 복지는 어느 정도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생존 조건이 갖춰졌을 때 나타나는 새로운 욕구로서 이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정책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일반 사람들이 어느 정도 살만하고 경제적 조건이 갖춰지면 라이온스 클럽이나 로터리 클럽과 같은 사교 클럽에 가입하고(소속감과 애정 욕구), 좋은 옷과 좋은 차를 타고, 때때로 선행을 일부 베푸는 일도 한다.(존경 욕구) 그러나 최근 많은 사람들이 악기를 연주한다거나 노래를 부르는 것, 때로는 예술단체를 직접 만들어 활동하기도 하는데, 이것이 바로 자아실현의 욕구를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곧 행복감의 차원으로서 생리적 욕구가 필요할 때 생리적 욕구가 충족되면 행복해지지만, 곧 따분해지면서 또 다시 새로운 것을 갈망하게 되는 인간의 보편적인 생리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국가의 존립 이유가 국민의 행복한 삶을 보장하기 위함이라면, 바로 이와 같은 결핍, 그것이 생리적이든 문화적이든 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만족하고, 행복해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민소득이 2만 불을 넘어섰고, 곧이어 3만 불시대로 넘어갈 예정이며 세계 경제 수준도 10위권에 근접하고 있다. 그러나 각종 보도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의 행복지수나 삶의 질은 그다지 높지 못하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OECD 39개국 중 27위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즉 경제적으로는 어느 정도 사는 데,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감이나 삶의 질은 한참 떨어진다는 것이다.

삶의 질이나 행복지수는 먹고사는 문제에 한정된 것만이 아니다. 먹어도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 먹는 것이냐 하는 문제이며, 집이 있어도 어떤 집에 어떻게 살고 있는 것이냐 하는 문제다. 그리고 사람들과 어울려도 어떤 사람들과 어떤 방식으로 어울리나 하는 문제를 고민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고민은 대체로 보다 높은 수준의 문화, 혹은 예술 향유의 욕구에 맞닿아 있다.

이제 국가가 이러한 국민의 욕구를 이해해야 하며, 또한 그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각 지역에 건립된 문화예술회관, 즉 극장은 국가의 그러한 고민을 실질적으로 해결해주는 정책적 실현도구가 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극장은 문화 복지정책의 실질적인 주체이며 역할 수행자가 되어야 한다. 심한 표현으로 하자면, 그 옛날 동사무소가 가난한 사람에게 쌀과 밀가루를 배달하듯이, 극장은 문화적으로 배고픈 사람들에게 문화를 배달해야 한다.

그러나 극장은 아무런 문화나 막 배달할 수는 없다. 그러 아무렇게나 보고 즐기면 되는 싸구려 문화를 마구잡이로 배달한다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것만도 못하다. 그러나 문화는 사회에서 이미 몇 푼의 돈으로도 모두 해결할 수 있다. 극장은 문화를 배달하되, 가치와 수준을 담보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가치와 수준이 충분히 전달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최근 극장마다 개설되는 아카데미 등이 그것이다. 그것은 예술인을 만들기 위함이 아니고, 예술을 이해하기 위함이며, 때로는 직접 참여하기 위함이다.

그런 차원에서 최근 극장에서 아마추어를 모집하여 오케스트라, 합창단, 극단 등을 창단하는 것 또한 지극히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그들이 단순히 문화예술의 소비자로 타자화되는 것이 아닌, 거대단위의 국가문화를 형성하는 주체자로 만들기 때문이다. 또한 그렇게 함으로써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중 최고 단계인 `자아실현의 욕구’가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것도 된다.

이제 극장은 단순히 예술인들이 자신의 예술세계만을 일방적으로 전파하거나 주장하는 공간이 아니다. 예술가와 관객이 만나 소통하는 공간이며, 또한 국민들이 직접 주인이 되어 자신의 꿈과 소망, 그리고 생각을 창조적으로 표현하는 발표의 공간도 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제 극장은 국민을 위한 문화 복지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공간 역할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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