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2012년 안동학 국제학술대회와 `지역학’의 방향
<달구벌 아침>2012년 안동학 국제학술대회와 `지역학’의 방향
  • 승인 2012.06.17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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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화 경북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대구경북학회장

오는 6월 25, 26일 양일에 걸쳐 2012년 안동학 국제학술
대회가 열린다. 주제는 `지구촌시대의 안동문화’이다. 나는 여기에 토론자로 참가할 예정이다.
안동은 스스로가 `정신문화의 수도’라고 부를 만큼 문화적 자부심이 큰 지역이고 오래 전부터 각종 국제행사를 개최하여 칭찬을 받아왔기 때문에 안동에서 이런 행사를 여는 것이 놀랄 일은 아니다. 다만 여기에서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이 하나 있다. 다름이 아니라 `안동학’이라는 명칭이다.

`안동학’이라는 것이 뭘까? `학’이라는 이름을 붙였으니 특정한 학문 분야라는 말이다. 이를 학문 분야라고 한다면 특정한 연구의 대상과 범위, 방법과 절차가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안동학’이란 무엇을 어떻게 연구하는 것인가?

이를 이해하려면 최근 우리 사회에서 봇물 터지듯 일고 있는 지역학의 동향을 알 필요가 있다. 지난 3월 27일에 대구경북지역의 학자들이 모여서 `대구경북학회’를 결성한 바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정체성을 연구하는 `대구경북학’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생긴 것이다.

`대구경북학’과 같은 지역학이 시작된 지는 오래되었다. `제주학’, `서울학’, `부산학’, `인천학’ 등이 그것이다. 각 지역에서는 이를 수행하기 위한 기구들이 학회, 연구소, 연구센터와 같은 형식으로 조직되어 있다. 기초행정 단위 중심의 지역학도 있는데, 경주학, 충주학, 제천학 등이 그것이다. 지난 5월 초에는 14개 광역시도 지역학 연구기관, 단체들이 인천에서 `한국지역학포럼’을 결성하고 제1회 포럼을 열었다. 제2회 포럼은 대구경북학회 주관으로 우리 지역에서 열 계획인데 이런 흐름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지역학의 중요성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지역학의 동향은 지방자치의 실시와 맞닿아 있다. 지방자치는 각 지역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한다는 정신을 가지고 있다. 중앙집권적 체제에 종속되어 있던 각 지역이 각자가 자신의 미래를 만드는 삶의 주체라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각 지역은 자기의 정체성에 대해 궁금하게 생각하고, 자신의 역사로부터 긍정적 자화상을 찾으려고 했다. 자신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지역사랑과 지역발전의 동력으로 삼기 위해서였다. 지역학은 이런 현실적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즉 지방의 대자(對自)적 자기 인식으로부터 지역학이 나오게 된 것이다.

`대구경북학회’의 결성이나 이번에 열리는 `안동학’ 국제학술대회는 이런 흐름과 맥락을 함께 하고 있다. 이는 지역학의 활성화라는 의미에서 주목할 만 한 일이다. 그래서 우리 지역에서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행사라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가 여기에서 좋은 성과를 얻으려면 다음 두 가지 점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첫째, 지역학이란 단순히 특정한 범위의 지역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앙집권적 국가의 틀 속에서 `국가가 아니라 지방’, `중앙이 아니라 지방’이라는 정체성을 분명히 가지고 있는 연구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구경북학이나 안동학이란 그저 대구경북지역, 안동지역을 연구하는 학문이 아니라 `지방(로컬리티)’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특정 지역을 연구하는 분야라는 것이다. 지역학이라는 명칭보다는 지방학이라는 말이 더 적절하다는 조동일교수의 지적을 그런 문제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하겠다. 지방이라는 주체 의식을 분명히 하자는 말이다.

둘째, 지역학이 지방의 주체의식을 강조한다고 해서 지방적 분파주의나 지방적 폐쇄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 자기 지역에 대해 자긍심을 가지는 것은 좋으나 그렇다고 다른 지역에 대해 배타적 우월감을 갖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지역학은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되 세계의 보편성을 향해 눈을 열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물 안 개구리라는 자폐적 성향에 물들기 십상이다. 우물 밖의 세상으로 나가든지 세계 보편성을 우물 안으로 끌어들여야 제대로 된 지역학이 될 것이다. 이번 국제학술행사에서 안동학이 크게 그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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