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인성교육은 단순한 예절교육이 아니라,
<달구벌 아침>인성교육은 단순한 예절교육이 아니라,
  • 승인 2012.06.1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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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홍식 한국선비문화수련원 전임연구원 철학박사

분노(忿怒)가 일상처럼 느껴지는 세상이다. 분노는 이성적 평상심을 잃고 순간적으로 화가 폭발하는 것이다. 순간적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특히 이성적 통제력이 약한 청소년들에게 분노 심은 청소년폭력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대개 분노는 개인의 자존심에 심각한 상처를 입거나 사회적 정의와 원칙이 훼손되었을 때 발생한다.

요컨대, 분노는『한비자』에 나오는 `역린지화(逆鱗之禍)’ 고사에서 잘 설명된다. 역린(逆鱗)은 용의 목 밑에 있는 거꾸로 박혀있는 비늘을 말한다. 용은 평소에는 유순하지만 역린을 건드리면 사람들을 죽일 정도로 난폭해진다고 한다.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다. 아무리 온순하고 평범한 사람도 약점과 콤플렉스를 자극하고, 자존심을 건드리면 방어본능이 작동하여 공격적 성향을 드러낸다.

분노심이 발동하는 순간 사람들의 시야는 극단적으로 좁아져서 친구의 얼굴도 원수의 얼굴로 보이게 만들어버린다. 배고픈 물고기가 미끼만 보고 미끼 속에 숨어있는 낚시 바늘을 보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대개 지나친 부자유와 고통을 당하면 시야는 좁아지고, 시야가 극단적으로 좁아지는 그 순간, 분노심이 촉발되어 이웃과 세상을 향하여 무차별적인 광기를 드러낸다.

치열한 생존경쟁, 최소한의 생존권마저 위협받는 위험한 사회를 살아야 한다는 압박감은 청소년은 물론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큰 고통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고통과 부자유한 사회구조의 영향으로 쉽게 분노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편협한 인간상이 양산되고 있다.

원래 예의와 규범은 개인의 마음속에 있는 역린을 건드리지 않기 위한 일종의 사회적 약속이다. 유학은 이렇게 인간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윤리를 토대로 출발한다. “자기가 원치 않는 일은 남에게 행하지 말라(己所不欲勿施於人)”는 공자의 가르침은 타인을 배려하는 도덕원칙에 대한 천명이다. 이러한 도덕원칙을 토대로 극기(克己復禮)와 같은 자기절제와 수양을 강조했다.

대개 순간적인 분노를 참지 못하면 형제들은 등을 돌리고, 부부도 순식간에 원수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공자는 “참지 못하면 사람이 아니고, 사람이 아니면 참지 못한다.(不忍非人非人不忍)”라고 했다. 사람이기 때문에 열악한 사회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교육과 문화의 힘이다.

인성교육의 필요성은 여기에 있다. 인성교육의 핵심은 `참을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그래서 공자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더라도 성내지 않으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人不知不?不亦君子)”라고 했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이 모두 군자가 아닐 진데, 자신을 알아주지 않고 무시하는 상황을 참고 견디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러기에 선비들은 사회와 인간에 대한 폭넓은 세계관을 형성함으로써 인간에 대한 배려심을 확장했고, 매일 철저한 자기반성과 자기수양을 통해 자기의 감정을 다스리는 인내심을 길렀다. 이를 통해 하루하루 더 성숙한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 갔다. 남을 위하여 일함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가? 벗들과 사귐에 진실하지 않았던가? 그날 배운 것을 학습하지 않았던가? 선비들은 매일 이 세 가지를 반성하며, 배려심과 인내심을 키웠다.

그러나 인성교육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약방의 감초는 될 수 없다. 이미 무한 경쟁이 미덕이 되어버린 사회에서 만성적 청년실업과 소득양극화로 인해 다수의 서민들이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으며, 청소년 또한 입시지옥에서 불안한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배려심과 인내심’을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세상에 대한 반발심만을 키울 뿐이다. 그래서 맹자는 “백성들에게 안정된 생업이 있어야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을 수 있다(有恒産有恒心)”고 했다. 이렇게 본다면, 맹자는 일찍이 보편적 복지사회의 구축을 통해 이웃을 배려하는 인간다운 사회를 건설하고자 했다.

그러므로 이제 인성교육의 범위와 방법도 한 단계 성숙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인성교육은 단순한 예절교육이 아니라, 소외된 이웃과 약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심을 길러주고, 너와 나는 남이 아니라 우리라는 사실을 깨우쳐 주는 넓은 안목과 세계관을 배양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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